하루는 김삿갓이 배를 얻어탔는데, 

그 배의 사공이 처녀였다.

이에 김삿갓이 그녀에게 농담조로..

"여보, 노 좀 잘 저어 주이소~"

하고 말하니, 

뱃사공은 기가막힌다는듯 물었다.

"내 아직 혼례도 치른적이 없거늘,

왜 내가 당신네 마누라요?"

"내가 당신 배 위에 올라탔으니, 내 마누라지~"

자신의 농이 만족스러운듯

낄낄 거리며 웃는 김삿갓의 모습에

뱃사공은 어이가 없었지만, 

그녀는 김삿갓이 배를 내리기까지

잠자코 기다렸다.

 "........"

 그렇게, 배가 나루터에 도달할 무렵이 되어서야

뱃사공은 떠나가려는 김삿갓의

뒤통수에 대고는 대뜸 말했다.

"아들아, 이만 잘 가거라."

"뭐?.. 아니, 내가 왜 처자의 아들내미인고?"

이에 김삿갓이 황당해하며 물었으니,

뱃사공은 뭘 당연한걸 묻느냐는듯 말했다.

"내 배에서 나왔으니, 

그대도 의례 내 자식이 아니겠소?"

그제서야, 김삿갓은 그녀가 

좀전의 일을 응수한것임을 깨닫고는

사공이 보통내기가 아님을 두고 한참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