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애미뒤진 년이 핵쓰노."
위 한 마디로 이 소년의 성질머리를 설명할 수 있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로 말하자면 이렇게 된다.
게임하다가 실력이 딸려서 핵을 운운하며 패드립을 일삼는 성격의 남자 초등학생.
이 이상의 설명은 불필요하다.
"ㅋㅋㅋㅋㅋㅋ 실력이 안되니까 핵 이ㅈㄹ하쥬? 빡치쥬?"
반면 상대의 어그로도 그 초딩의 열폭에 한몫을 했다. 실력으로 초딩을 찍어누르고서는 기세등등한 것이, 이쪽도 쓰레기다.
게임실력이 있고, 패배자를 깔본다.
초딩이 이런 자극적인 어그로에 안끌릴 수가 없다. 결국 이 사소한 말다툼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니 애* *** ** **** **"
"그리고 넌 나에게 발렸지ㅋ"
초딩쪽은 패드립을 포함한 온갖 쌍욕으로 채팅을 쳐댔고, 상대쪽은 여유만만하게 도발해댔다.
10시가 되자 초딩은 튀었다. 이길 자신이 없으니까 튄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한다.
"하, 잼민이 친구가 빤스런했네~"
기지개를 피며 그 여자가 말했다.
"그나저나 나에게 쌍욕한 값은 치르고 가야지~!"
그 여자는 꽤 정돈된 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벽에 책장이 있는데 책이 가득 있다.
주로 컴퓨터언어와 코딩, 해킹 등에 관한 책이였다. 즉, 그녀는 해커다.
물론 해커라 한들 게임 속에서 만난 플레이어의 개인정보를 턴다거나 한다는 것은 꽤 무리가 있다.
그러나 그녀는 쉽게 잼민이 친구의 개인정보를 탈탈 털어버릴 수 있었다.
우리 귀여운 초딩 친구는 게임에서 자기 전번을 까는 미친 짓을 저질럿기 때문이다.
해커는 우선 문자를 보낸다. 대충,
'이벤트에 당첨되셨습니다! 고급 아이템을 선물로 드리니, 아래 링크를 눌러 아이템을 다운로드 받으세요!'
같은 느낌으로 말이다.
그리고 링크를 누르는 순간 방화벽을 통과해 보이지 않는 프로그램이 백도어에 설치되어 모든 개인정보를 수집한다.
잼민이는 아무것도 모른채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버튼을 눌렀고, 이 순간부터 잼민이의 휴대폰은 해커의 좀비가 되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1. 카메라 상시 작동 + 모든 영상과 사진 전송
2. SNS를 포함한 모든 연락처 정보 열람 가능
3. 휴대폰 내의 모든 파일에 접근 권한 획득
즉, 이 초딩은 이제부터 사회적으로 죽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름은 김재민... 나이 11세... 흐음흐음... 검색기록에 '오버워치 야동'...?! 꺄핳! 뭐야뭐야?"
해커는 흥미롭게 잼민이... 아니 재민의 개인정보를 감상하고 있었다.
특히 검색기록이 가관이였는데 '마인크래프트 무료 apk' 라든가 '오버워치 야동 19' 라든가... 하여간 그런 것들이였다.
"좋아, 이런 전략으로 가볼까?"
해커누나는 적당히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는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쇼타하나 따먹을 수 있겠다~❤️"
해커누나는 쇼타콘이였다.
다음날 4시.
잼민이... 아니, 재민이가 방에서 게임하고 있을 시간이다. 물론 이 정보는 해커가 휴대폰 사용기록을 조회해 털린 정보다.
재민이는 아무렇지 않게 게임하고 있었다. 그 순간 전까지는...
"따르르르릉--! (전화음)"
"으앗?!"
갑작스레 걸려온 전화에 재민이는 실수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게임하다가 전화가 왔기 때문이다.
"여보세요~?"
그러자 휴대폰 너머에서 이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재민이는 그 목소리에 홀려 우선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ㅇ...여보세요...?"
재민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야 이런 이쁜 목소리의 여자와 대화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응! 재민이 맞지?"
이 순간 재민이는 흠칫했다. 어떻게 내 이름을 알지...? 왜 내 이름을 알지...?
온라인의 인물이 현생의 자신을 파악한다는 것 만큼의 공포는 그다지 없다.
재민이는 놀라며 묻는다.
"ㅈ...제 이름은 어떻게 알아요...?"
"ㅋㅋㅋㅋㅋㅋㅋ"
휴대폰 너머의 여자는 대답하지 않고 비웃기만 했다.
"으... 으악...!"
재민이는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리고 차단했다.
그러나 차단했음에도 전화는 계속 울렸다. 재민이의 휴대폰은 해커의 좀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차단해도, 백도어에서 접근한 해커가 차단을 풀어버린다.
배터리를 빼버리고 휴대폰을 전자레인지에 돌린다면 접근을 차단할 수 있겠지만, 재민이가 그런 방법을 알리 없었다.
결국 재민이에게는 전화를 받는 수 밖에 없었다.
"ㅇ...ㅇ... 여보세요...?"
더 떨리는 목소리로 재민이는 말했다. 그러나 그 연약함을 더 짓밟아버리는 해커였다.
"오버워치 19 야동, 마인크래프트 무료 apk, 로블록스 핵쓰는법, 좀비고 결제크랙, 야동 사이트, 야동 사이트 보는법~ 으음... 검색기록이 많이 더럽네 재민아~?❤️"
"ㅎ... 흐엑?!?"
재민이는 놀라 말도 나오지 않았다. 자신이 구글에서 검색했던 내역을 주루룩 말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이것이 끝이 아니였다.
그 해커누나는 돌연 전화를 끊고는 재민이의 갤러리에 있던 사진들을 몇 개 보내기도 하고,
저장된 연락처들을 보내며 모든 정보가 털렸다는 사실을 공포스럽게 알려주는 것이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
"뿌려지기 싫으면 내일 4시까지 ♧♧로 ☆☆☆, 스타벅스로 와~♡"
재민이에게 다른 수는 없었다. 갈 수 밖에 없다.
그 누나... 해커가 말한 장소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카페. 오후 4시에 카페는 한산한 편이다.
"따르르르릉---! (전화음)"
재민이는 소름돋는 타이밍에 걸려온 전화에 기겁하며 전화를 받았다.
"나 카페 맨 구석자리에 앉아있어. 보면 알아~♡"
그리고 곧바로 전화는 끊어졌다.
재민이는 극도로 불안해하며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다리가 부들부들 떨린다.
카페 점원은 그다지 재민이에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재민이는 카페 안쪽으로 걸어간다.
몇 초 걸리지 않아 그 해커누나를 알아볼 수 있었다.
"여기~! 여기야 재민아~! 이리와 앉아 ㅎㅎ"
그 해커가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친근하게 말을 건넨다. 하지만 별 다른 수 없이 재민이는 해커 누나의 앞에 앉는다.
재민이는 얼굴을 들지 못한 채 불안에 떨며 앉아있었다.
"뭐 먹고싶은거 없어? 초코라떼는 어때?"
해커누나는 어제 있었던 일이 거짓말같다는 듯 붙임성이 있었다.
"어... 으..."
재민이가 벙쪄 말을 못하고 있자, 해커누나는 그 사이에 추가주문을 하고 다시 되돌아와 앉았다.
"내가 사는 거니까 걱정하지마~♡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어 ㅎㅎ"
재민이는 해커누나의 밝은 분위기에 조금씩 안심이 되고 있었다.
어쩌면 좋은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샘솟기 시작한다.
그것이 해커눈나의 속셈인지도 모르고... 재민이는 이미 수렁텅이에 실시간으로 빠지는 중이였다.
1. 절망을 선사한다.
2. 한 줄기 희망을 보여준다.
3. 그것이 덧없을지라도 사람은 희망을 쫓는다.
사람을 다루기 위해서라면 이 3단계면 충분하다.
해커누나는 이 원리를 잘 안다. 현재 2단계. 재민이를 함락시켜 따먹기 코앞이다.
위기에 몰린 생쥐를 갖고노는 고양이처럼, 이 해커는 재민이를 구워삶아 놀잇감으로 쓸 작정이다.
해커는 음탕한 미소를 짓는다.
"그래서 나한테 패드립한 건 사과해야지?"
가볍게 던진 말에 재민이는 격하게 반응한다.
"어흨...! 콜록콜록... ㄴ... 네....! 죄송해요..."
초코라떼처럼 달콤한 상상을 하던 재민이는 사레가 걸리면서도 사과했다.
그 모습이, 해커누나의 눈에는 너무나 사랑스러워 보였다.
"근데 말이야... 사과 한 마디로 넘어가긴 좀 그렇지?"
"ㄴ...네?!"
순간 재민이의 희망이 산산히 깨어졌다. 무엇을 요구할 속셈이지...? 또다시 불안에 휩싸인다.
어쩌지... 어쩌지어쩌지...? 내가 어떻게 해야하지!?
그리고 해커누나가 요염하게 말했다.
"우리 집으로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