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나는 번화가 대로 나가기전 구석의 편의점에서

알바를 했어. 지에스.

그 편의점은 모텔촌 근처. 사우나 골목 구석에 학원&병원으로

도배가 된 건물의 1층에 있었지.

주말 야간 알바였어. 평일에는 당시에 공시 공부를 하던 나였고

 이상한 손님 곤란한 손님도 많았지만

주변 다른 가게 알바들하고 왠지모르게 가깝게 지내고

야간마다 들리러 오는 손님들 중에 얼굴이 익어서 가게 앞에서

같이 커피나 베지밀같은거 마실때도 있었고

꽤 싹싹하고 말도 잘 거는 캐릭터라고 자부하고 있어.

초가을? 이맘때 였는데 지금 바깥 온도마냥 조금 서늘했지.

술자리도 거진 정리가 되서 손님이 슬슬 뜸해지는 새벽 3시쯤.

언젠가 어떤 여자분이 가게에 들러서는 물건을 고르는데

유제품 코너에서 1~2분간 가만히 서있더라고

그러다가 카운터에서 그냥 목캔디같은거 하나를 결제하는데

손님을 보니 멀쩡한 상태가 아닌거야. 눈은 뻘겋고 화장은 번지고

 그러면서 나한테 묻더라고 여기서 타지역까지 택시타면

얼마나 나오는지 혹시 아냐고. 

내가 알기로 그 거리면 적어도 3만원정도는 나오던 거리였어

 그렇게 설명하니 폰 충전을 좀 하고싶다고 베터리가 다 됐다는거야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싶은데 그 있잖아 자체에서 뿜어나오는

우울감에 뭐가 터질거같은 사람이길래

밖에 벤치에 앉아서 멍하니 있길래 따끈한 음료랑 가나초콜렛 하나

내가 사들고 나가서 오지랖을 부리게 된거야.

갔다주면서 말했지.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안 좋은 일은 단 거 먹고 몸 녹이면 좀 풀릴거라고

담배 한대 물고 말야.

근데 거기서 그 분이 눈물이 터진거야. 한 5분정도 우는데

그 여자 맞은편에 앉아서 그냥 담배만 태웠어. 아무말도 안하고.

그렇게 다 울고 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여긴 남자친구 사는 동네다

자기는 저 멀리 좀 멀리 사는데 좀전에 해어지고 왔다.

 먼 거리에 자기 친구 소개시켜준다고 불렀는데 차도 없고 거리도 멀어서

 남자친구만 믿고 왔더니 자기는 하대당하고 어디 가도 신경도 안쓰고

그래서 짜증냈더니 꺼지라고 했대서 얼굴에 물 확 뿌려버리고

그대로 가게에서 나왔는데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모르겠고 베터리도 다되고

불안하고 겁나고 그랬는데 편의점 불이 보였대

 가만히 듣는중에 손님 와서 한 세번 갔고 말야.

시간도 꽤 지났었지. 해가 뜨기 시작했으니까.

 그랬구나 남친이 잘못했네 겁 많이 낫겠다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이제 괜찮다고 걱정 말라고 그리고 갈 때 곧 버스도 다니니까

버스타고 가도 된다고. 

그렇게 하다보니 여자쪽에서 먼저 번호를 줬어. 고맙다며

나중에 밥한끼 꼭 사겠다며

그리고는 한 3달정도 중간중간에 연락 한번씩 하는데

두번정도 밥 먹고나서는 연락이 끊어졌지.

남자? 그 남자 다시 만나더라.

섹스? 초반에 약간 그런 각이 나오긴 했는데

그땐 내가 말랑말랑한 사이의 여자가 있어가지고

섹스각은 안 잡았어. 대신 그분한테 도움을 꽤 많이 받았지.

당시 내 연애사업 발전에

결혼했는지는 모르겠어. 번호 지운지는 꽤 오래돼서 

날씨가 좀 쌀쌀한데 담배 한대 물고 있다보니까 생각이 나네... 

잘 지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