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프롤) 프로넌트 심포니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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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1 20:09
이성이 돌아왔을 때는 벌써
뿔과 송곳니를 잃고 인간의 몸을 되찾은 직후였다.
양심을 버리고, 주변의 고통을 묵살하며
모든 것을 희생해 오면서까지..
분명, 그토록 원했던 바렘은 이뤄졌다
.......
............분명, 이뤄졌을 터였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가슴 속 한편에는 텅빈 공허함만이 남아있다.
'마치, 알브였을 무렵과 다를 바 없는'
허무함과 강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
그런 나를 보며 소녀는 어딘가 슬픈듯한 미소를 짓고있다.
손톱에 꿰뚫린 상처에서 출혈이 멈추지 않음에도..
"..드디어, 다 끝났네.."
"........"
어째서, 마지막까지 이용당하고 배신당한 주제에..
너는 아직도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걸까.
네게 있어서 난 모든것을 빼앗아간 나쁜 자식일텐데.
나로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아아...모든게 끝나면 다함께 축하파티도 하고..
쇼핑도 같이 가고 싶었는데.. 이런 꼴로는 역시 무리려나.."
"멍청아, 상처가 벌어지잖아.. 가만히 있어"
"바보...이런 상황에서 정도는.... 상냥하게 얘기해줄 수 있잖아...으윽.."
살짝 토라진듯 보이는 표정을 보이는것도 잠시.
조금씩 힘이 다해가는듯 그녀의 몸이 점차 바닥에 무너져내려간다.
"이리트."
나는 그런 그녀의 몸을 억지로 부축하듯 붙잡았지만..
그녀의 몸은 이미 차갑게 식어가는 중이다.
그녀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싶어도,
지금의 나는 모든 능력을 잃어버린 평범한 인간의 몸.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죽어가는 그녀의 곁을 지켜주는 일이 전부였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인간으로 돌아오고 싶었던걸까.
"..있잖아, 율리우스..."
"........."
"마지막으로 오르골... 들려줄래?"
마치, 금방이라도 꺼질듯한 촛불처럼
미약하게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항상 그녀가 내게 들려줬던 오르골의 태옆을 감았다.
태옆을 돌리는 손이 나지막하게 떨렸다.
그런 내 손 위를 그녀가 부드럽게 잡아주었다.
"..헤헤... 이러고 있으닌까 왠지 처음 여행할때 생각난다...
네가 처음으로... 나한테 명령했을때.."
"..아, 기껏 얻은 마력을 허튼데 쓰지 말라며 싸웠지."
"...이상하지... 항상 별것도 아닌 일로... 서로 투닥투닥 거리고..
뭔가 구제불능의 남동생과 티격태격하는 기분이었달까..쿡."
구제불능의 남동생 같다니, 이런 상황에서 조차 건방진
소리를 할 수 있다는게 어찌보면 존경스럽다.
"........"
"............"
그렇게 오르골의 태옆을 거의 다 감았을 무렵.
그녀는 미소를 띄며 말했다.
"그래도.. 기뻤어."
"........."
"...마지막으로..너와.."
끝맺지 못한 말이 공중에 퍼지듯 사라졌다.
마치 끝내지 못한 그녀의 뒷말을 이어가듯 오르골이 켜지며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결국, 마지막까지 이해하지 못할 소리만 해대기는..
..정말이지, 바보같은 녀석.
나는 조용히 그녀의 시신을 앉고,
마왕의 좌에 주저 앉았다.
그녀의 품에 소중한 오르골을 쥐어준체
.......
..........
이 몸은 뿔과 송곳니를 잃고,
인간이 되었지만....
그 댓가로 모든 것을 잃었다.
항상 주변에서 시끄럽기만 했던 네 자매와
처음으로 사랑했던 그녀 조차도..
'..만약에, 내가 조금만 더 솔직했더라면.'
조금만 더 일찍 바뀔수있었다면
지금의 상황도 바꿀수 있었을까.
부탁이야.. 대답해줘.
..이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