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십 원 짜리 동전
성인이 되어서, 나는 순수하게 두렵고 위험한 츠쿠모가미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다.
도깨비가 이렇게 잔인할 리가 없는데, 라는 내 그 시절 생각은 맞았다.
그 동전은 도깨비가 아니라 츠쿠모가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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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십 원 짜리 동전은 언제나 교실 바닥 어딘가에 놓여 있었다.
아직은 순진한 아기들이었기 때문에, 그 동전을 주워서 주변에 앉은 친구들에게 네 꺼냐고 물어보고
아무도 자기 꺼라고 안 하면 교탁 위에 가만히 올려두었지.
신기한 건, 분실물을 교탁 위에 올려두면 선생님이 그걸 보고 주인을 찾아주거나 교무실로 가져가셨는데
그 동전만큼은 선생님이 아는 척도 안 했다는 것이었다.
안 보였거나, 안 봤거나.
주워서 올려둔 아이가 선생님 동전 올려져 있어요 라고 말한 적도 없다는 것도 이상했고.
어쨌든 그렇게 교탁에 올려진 동전은 선생님의 무관심 속에 한 교시 수업이 지나고 나면 사라졌다.
그리고 며칠 후, 또 교실 바닥 어딘가에서 발견되었다.
어느날,
교실에서 조용히 책만 보던 아이가 그 동전이 신기했는지 가방에 넣었다.
그 아이는 집에 가다가 신호를 못 보고 달려든 자동차에 치여 크게 다쳤다.
며칠 후 그 동전은 또 바닥에서 발견되었다.
옆 반에서 친구 찾아 놀러온 아이가 어? 하더니 그 동전을 슥삭 집어서 주머니에 넣는 것을 보았다.
그 아이는 점심 시간에 정글짐에 올라갔다 머리부터 떨어졌다.
학교에 응급차가 왔고, 그 애는 실려갔다.
아이들은 그 장면을 전부 지켜보았다.
하교 전, 다행히 그 아이가 살아 있다는 이야기를 선생님이 해주셨고
아이들은 문병 갈 거냐며 떠들며 하교했다.
그 날따라 제일 늦게 교실을 나서게 된 난 교실문 바로 앞에 떨어져 있는 그 동전을 보았다.
평소 관심 있게 지켜보던 거라 알아볼 수 있었다.
발행년도, 꽤 깊게 파인 흠, 살짝 구부러진 것 같은 외형.
난 그 동전을 피해서, 앞문으로 교실을 빠져나갔다.
주말이 지나고
다시 돌아온 교실, 그 동전은 교탁 근처에 있었다.
그 날따라 선생님이 그 동전을 보더니, 어? 하면서 주워서 호주머니에 넣으셨다.
난 왠지 섬뜩한 일이 선생님에게 생길 거라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그게 내 거라고 말해버렸다.
선생님은 돈을 잘 가지고 다녀야 한다며 나에게 그 십 원 짜리를 주었다.
그 십 원 짜리가 내 손에 들어온 순간, 나는 그게 어떤 섬뜩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동전은 이 교실을 자기 꺼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절대로 여기서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내 착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이 동전을 가지고 이 교실을 나간 두 명은 크게 다쳤고,
그 동전은 그들이 학교로 돌아오기 전에 이 교실에 돌아와 있었으니까.
해결책은 간단했다.
난 그 동전이 원하는 대로, 동전을 그 교실에 놓아두기로 했다.
다만 그게 바닥 아무데나 굴러다니다 또 희생자를 만들까봐 조금은 특별한 조치를 하기로 했다.
특별한 조치는 별 게 아니었다.
교실 뒤 청소도구함 아래, 발받침 있는 그 곳에 동전을 두고 도구함 발을 그 위에 올렸을 뿐이었다.
생각 참 간단했다.
동전이 자꾸 돌아다니니, 무거운 것으로 눌러놓으면 될 거라는 생각.
그 후 교실 바닥에서 그 동전이 발견된 일은 없었다.
같은 동네에 오래 사니, 딸아이가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로 진학하는 것도 당연했다.
국민학생 시절 수상하기 이를 데 없는 동전 하나를 순전히 내 생각과 느낌만으로 봉인(!)한 나는
딸아이한테 방과후 수업에 쓸 노트북을 전달해준다는 핑계로 학교로 들어가 그때 그 교실을 기억을 더듬어 찾아가보았다.
그 교실은 그대로였지만 시설은 다 바뀌어 있었다.
시간이 없어 들어가서 샅샅이 찾을 수는 없었지만,
왠지 그 동전은 아직도 그 교실을 지키고 있을 것 같았다.
아니면,
그 교실을 둘러보고 돌아서면서 아무 생각 없이 바지주머니에 손을 넣은 순간
느껴진 동전이 그 동전이었을수도.
그 동전은 몇 년 동안 내 오래된 가죽 동전지갑에 들어 있다가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해에 한 이사 도중에 지갑과 함께 내 생활 공간에서 사라졌다.
새로운 땅을 찾아 떠난 것처럼.
발행년도 1971년, 다보탑 모양 일부가 뭉개질 정도로 꽤 크게 패인 흔적, 살짝 구부러진 것 같은 모양.
그 동전은 아직도 어딘가를 지키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