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심심해서 짧게 소설 (쓰다말음)
상황 : 한 남자가 꽃을 산다
어느 외진 곳의 작은 화원.
투명한 창문을 통해 들어온 맑은 햇빛의 온기가, 꽃과 잎에 맺힌 물방울에 부딪쳐 퍼지며 실내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었다.
항상 봄날 오후같은 따스함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었기에, 하얀 손에 쥔 헝겊으로 조심스럽게 잎을 닦는 그녀의 옷차림 역시 하늘색의 원피스와 하얗고 얇은 가디건 같은 가벼운 차림이었다.
그녀는 자신만의 이 작은 낙원이 매우 마음에 드는 듯,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작게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잠시 후, 작은 방울이 경쾌하게 딸랑이는 소리가 들렸다.
깨어진 그녀만의 작은 평화에 미련을 갖지 않고 고개를 들고 열렀다 닫히는 문을 바라보았을 때, 제법 멀끔하니 키가 큰 남자가 입구에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갈색 구두에 검은 바지, 하얀 셔츠 위에는 황토색의 재킷을 입은 그는 이런 가게에 익숙하지 않은지, 먹쩍은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뒷목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어서오세요."
그녀의 청아한 목소리가 청년을 맞이했다.
손에 든 헝겊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그녀는,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 가벼우면서도 품위있는 발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아, 저... 꽃을... 좀 사려고요."
물론 그렇겠지.
이 곳에 누군가 찾아온다면 열에 아홉은 그 용건일테니.
그의 당연한 소리에 그녀는 웃음이 터져나올 것을 걱정했지만, 다행히 작은 미소로 속내를 가릴 수 있었다.
"어떤 꽃을 찾으시나요? 아니면, 용도를 말씀해주시겠어요?"
딱히 찾는 꽃이 있어보이지는 않는 그.
꽃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지도 않고, 그렇게 관심이 있어보이지도 않으니 분명 선물용일 것이다.
그러니, 어떤 의미의 선물을 하고싶은가. 그녀는 그렇게 물었지만,
"요, 용도요?"
꽃을 어디에 쓴단 말인가.
청년은 그 물음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 당황한 얼굴로 반문했다.
"네. 어떤 분에게 선물을 하고 싶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