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의 하극상단편소설)다무엘의 첫 토론베 토벌
다무엘 - 첫 토론베 토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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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잘 봐라, 다무엘! 토론베 가지는 앞에서만 오는게 아니야!"
"넷!"
나는 조교의 주의에 대답을 하고 종횡무진 움직이는 토론베 가지를 피하면서 기수로 기사단 훈련장 내를 달린다.
훈련장에서는 토론베 토벌에 맞춰 기수와 전용 무기를 이용한 신입 기사의 훈련이 진행되고 있으며 조교가 만든 마법진에 의해 훈련용 토론베가 만들어진다. 신입 기사들은 크게 휘두르는 가지를 피하거나 무기로 베어내면서 실전에 대비한다. 훈련 초기에는 가지로 기수를 두들겨 맞았던 기사들도 최근에는 피하면서 공격할 수 있게 됐다.
"다무엘, 그걸로는 안 돼. 일격에 더욱 마력을 넣어라."
"넷!"
나름대로 최대한 마력을 넣었던 것이지만 조교의 질책이 쏟아진다. 하급기사인 나는 무슨 수를 써도 마력이 적기 때문에 강한 공격이 되지 않는다. 매우 답답하지만 마력량은 태생에 따른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포기하고 있는 부분도 크다.
"램프레히트, 지금이야! 줄기를 내리쳐!"
"넷!"
상급 기사인 램프레히트 님이 크게 무기를 휘두르며 마력을 내리쳤다. 그의 공격에 토론베가 움직임을 멈췄다. 램프레히트 님은 기사단장님의 아들이다. 신입 기사 중에서는 마력량이 출중하다.
'이 정도로 화려한 공격을 할 수 있다면, 기분 좋겠네.'
나와 비교해 조금 부러워하면서 나는 무기를 휘둘렀다. 모두가 일제히 공격하자 토론베는 그 형태가 무너지면서 사라졌다. 뒤에 남은 것은 빛을 잃은 마법진뿐이다.
"좋아, 휴식!"
조교의 구령으로 우리는 벽 쪽으로 물러나 회복약를 먹었다. 가볍게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다 보면 훈련으로 줄어든 마력이 서서히 회복된다.
"의외로 인원이 적네. 사냥하러 가는 사람이 많나?"
"네. 더 이상 줄면 토론베가 나왔을 때 곤란하다고 기사단장님께서 골치를 안고 계셨어요."
가을은 수확제가 있어 겨울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마물의 움직임이 활발해져 곳곳에서 사냥이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그때문에 귀족가에서 대기하고 있을 수 있는 기사가 아무래도 적어진다. 그런 가을 기사단에게 있어서 귀찮은 토벌 대상은 토론베다.
토론베는 종횡무진 나뭇가지를 휘둘러 날뛰는데다 보통의 마력공격에서는 그 마력을 흡수해 더욱 성장하는 귀찮은 성질을 가진 검은 마목이다. 매년 출현한다고는 할 수 없고, 1년에 다수의 토론베가 출현할지도 모른다. 출현할 경우 귀족가에 있는 기사들이 총출동하여 사냥해야 할 정도로 강한 것이다.
"인원이 부족할 때는 나도 출격하라고 한다. 나는 빌프리트 님의 호위 기사이다만......"
영주 일족의 호위 기사가 토벌에 끌려가는 경우는 적지만, 램프레히트 님은 기사단장님의 아들이기 때문에 그런 부탁을 받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귀찮아하는 램프레히트 님의 말을 듣던 중급기사 브리기테가 키득하며 웃는다.
"어머나, 에렌페스트의 기사인 이상 한 번쯤 토론베 토벌에 참여해보고 싶다고 램프레히트 님은 말씀하셨잖아요. 정말 기대가 되지 않나요?"
"뭐, 조금은..."
토론베 토벌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성인이 된 기사뿐이다. 토론베 토벌은 귀족가에서 나와 싸우는 위험한 임무이기 때문에 미성년자는 참여할 수 없다. 그래서 이제 막 성인이 된 우리는 훈련용 토론베밖에 상대한 적이 없다. 이만큼 훈련하고 있으니 실제로 토벌하고 싶은 것은 이상하지 않다. 램프레히트 님뿐만 아니라 나도 첫 토론베 토벌이 언제가 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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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했나? 한 번 더한다!"
조교의 목소리가 훈련장에 울려 퍼졌고, 신입 기사인 우리는 다시 기수에 올랐다.
"준비!"
"하름베르테!"
우리는 귀족만이 가진 슈타프를 주문으로 무기 형태로 변형시킨다. 그것을 확인한 조교가 마법진을 기동시켰다. 마법진이 빛을 발하고 다시 토론베가 눈앞에 나타난다. 조교 구령에 맞춰 진형을 이룬 기수들이 토론베를 향해 달려나갔다.
"시키코자, 다무엘! 너희들은 마력이 적다. 상급 기사가 본체에 파고들 수 있도록 가능한 한 가지를 쳐내고 가라! 부주의하게 파고들지 마라!"
조교의 주의가 날아온다. 나는 시키는 대로 하나라도 가지를 떨어뜨리려고 무기를 휘두른다. 그런 싸움 속에서 휙하고 흰 새가 날아 들어왔다. 연락사항을 목소리로 전달하는 올도난츠다. 그것에 주의를 뺏긴 순간, 나는 토론베 가지에 퍽 하고 기수를 맞고 떨어졌다.
"다무엘!"
떨어진 통증에 신음하면서 나는 다시 회복약을 먹었다. 한시라도 빨리 회복해 이 자리에서 탈출해야 한다. 하지만 통증이 가시기 시작했을 때는 훈련용 토론베가 사라져 있었다.
"집합! 기사단장님으로부터 긴급 연락이다!"
날아온 올도난츠는 기사단장님이었던 것 같다.
"북문에서 연락이 왔다. 상인으로부터 토론베의 출현이 보고되었다. 이미 병사들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규모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정찰중이다. 너희들도 출격준비를 하고 대기하라!"
'드디어 나왔구나.'
방금까지 훈련하던 마목이 나온 것이다. 첫 토론베 토벌이 정말로 시작된다는 흥분과 긴장이 동시에 엄습하면서 내 몸은 제멋대로 부르르 떨렸다.
세 번 같은 말을 반복하고 올도난츠가 노란색 마석으로 돌아간다. 조교인 상급 기사가 "알겠다" 고 답하고 우리를 둘러봤다.
"정찰로부터 연락이 오는 대로 우리도 출발한다. ……검은 주문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겠지? 외워 봐라."
훈련에서는 슈타프를 무기로 바꾸는 것뿐이지만 실제로 검은 마물인 토론베를 토벌하기 위해서는 그 무기를 검은 무기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긴 주문이 필요한 것이다. 또 그 주문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하루에 한 번뿐이다. 이 자리에서는 무기를 꺼내지 않은 채 주문만 암송한다.
"높고 정정한 하늘을 관장하는 최고신인 어둠의 신이시여 세상을 만들고 만물의 아버지여 우리의 기도를 들어 거룩한 힘을 주시고 고리에서 벗어난 마를 물리치고 힘을 빼앗는 당신의 축복을 우리 무기에 주소서"
"좋아! 마력을 완전히 회복시키고 회복약이나 마술구들을 보충하고 밖으로 집합이다!
"넷!"
훈련에 참가하던 기사들은 회복약을 먹으며 달리고 비어버린 약통과 선반에 놓여 있는 새 물건을 교환한다. 내가 훈련에서 사용한 것은 회복약뿐인데, 토벌 시에는 꼭 가져갈 마술구가 들어있는지 가죽주머니를 확인하고 반출하는 것이다. 분주히 준비하는 기사들은 너도나도 마음을 다잡고 투지를 불태우는 것 같아 나도 덩달아 투지가 솟아오른다.
"다무엘, 내 것도 교환해"
"네? 하지만 시키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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