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사당역에서 버스로 환승하러가는길에
개찰구 앞에 멀끔하게 차려입으신 할아버지 한분이
계속 두리번 두리번 거리면서 서 계시는거야
나도 원래는 그냥 쌩까고 가는데 그날은 눈이 마주치고
다가오시길래 이어폰 빼고 무슨일이냐고 물어봤지
그러니까 카드 찍어서 보여주더니 잔액이 없어서 못 타는데
카드 충전좀 해주면 안되냐고 해서 만원 충전해드렸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존나 가슴에서 나도 모르게 뿌듯한게 있었단말이야
충전해드렸으니까 이거 찍고 가시면 돼여~ 하고 가려는데
팔 잡더니 막 종이를 꺼내길래 보니까 목적지가 적어져있고
무슨 16,000원 이라고 적혀있는거야 그래서 자기가 여기까지 가야한다고
내려서 버스랑 택시도 타야돼서 6천원만 더 해달라는거야
그래서 아 그러면 미리 말씀해주시지~ 하고 만원 더
총 2만원 충전을 해드리고 나혼자 만족감을 느끼고
이제 찍고 가시면 돼여 저도 가볼게요~ 이러니까
갑자기 또 팔을 붙접더니 자기가 너무 배고파서 그런데
라면하나 사주면 안되냐고..
근데 그 2만원도 내가 붕어빵 사먹을라고 꿍쳐놓은거고
카드도 없어서 지금은 돈이 없다고 지갑 보여준담에
할아버지 티머니 카드로 편의점 가서 컵라면 드실수있다니까
자기는 김밥천국 가서 라면에 김밥을 먹어야겠다더라
그래서 일단 편의점 가셔서 김밥이랑 다있으니까 4천원으로 드실수있다 하니 알겠다고 하고 가더라고
사실 이때만해도 나름 착한일 했다 하고 뿌듯해서 올라갔는대
버스타고 가만 생각해보니 갑자기 빡치는거
하나 해줬더니 자꾸 해달라고 하고... 그렇게 멀끔하게 차려입고
뭘 잊어버리고 나온것도 아닐거고
이걸 친구한테 얘기했더니.
그거 구걸이라고 그러더라 삥뜯긴거라고
오랜만에 간 서울 무섭더라
평소에 이런거 안걸리는데
할아버지 라서 마음이 흔들린게 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