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게시판저번에 올렸던 자작 야설 뒷편
저번에 올렸던 자작 야설 뒷편
1 1906 03-28 23:39

https://manatoki125.net/mana_free/3588984
요게 저번에 올린거

일단 야설이긴 한데 아직 빌드업도 한참 남아서 떡신은 읎음

그리고 내 취향탓에 내용이 쪼오끔 무거울 수 있으니 그부분 알아두셈

그래봐야 진짜로 쪼끔임. 나는 하드보다는 순애파라고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는 게 느껴졌다. 팔에 소름이 돋고, 혐오감이 등골을 훑고 지나가는 감각이 쓸데없이 생생하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두려움 때문에 제멋대로 떨렸던 몸이 이번에는 공포와는 다른 이유 때문에 제멋대로 떨렸다.

진짜로, 미친거 아닌가.

다시 한 번 말하겠는데 진짜로 미친거 아닌가. 몸이 목적이라니. 심지어 돌려말하는 기색도 없이 아주 당당하게 야한짓이 목적이라고 선언하고 앉았다. 저열한 욕망을 숨길 생각도 없다는 뜻이다. 구역질이 목구멍에서부터 치밀어 올랐다. 

싫다, 싫다. 진짜 싫다. 일단은 싫다. 전부 다 싫다. 다 꺼져버렸으면 좋겠다. 난  아직 학생이란 말이다. 아직 앞날이 한참 남은 어린아이란 말이다. 아직 해야하는 일도 하고싶은 일도 못 다 이뤘다. 사랑도 연애도 결혼도 가정을 꾸리는 것도 지금 당장은 할 수 없을지라도 언젠가는 가능할거라 믿고 동경심을 품은 채 열심히 살아왔다. 

그런데 이게 이렇게 된다고? 

웬 미친놈한테 납치당해서 고기인형마냥 실컷 강간당하기나 하는게 내 운명이라고? 

시간이 지나 언젠가 구출된다고 하더라도 그래서는 죽은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소중한 것을 모두 빼앗긴 자를 시체가 아니면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 하겠는가. 죽고싶지 않다. 모르는 남자에게 범해지고싶지 않다. 그저 그것 뿐, 그저 그것 뿐인 정말이지 당연한 욕구를 왜 나는 간절히 바라야만 하는 걸까.

그때 ‘도망칠까’라는 생각이 불쑥 머릿속에서 솟아올랐다.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정말 매력적인 아이디어였다. 그래, 도망치면 된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굳이 집까지 갈 필요도 없다. 밖에 나가서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만 하면 내 승리다. 여기서 도망치기만 하, 면⋯⋯.

“⋯⋯.”

자연스럽게 시선이 손목으로 향했다. 양 손목에 끼워진 무겁고 단단한 철제 수갑이 시야에 들어왔지만, 그런 것보다 나는 내 손목 자체에 시선을 향했다.

⋯⋯얇다. 그렇게 심하게 얇지는 않다. 기껏해야 평균보다 약간 얇은 정도 아닐까. 하지만 적어도 남자를 이길만한 힘을 낼 수 있을것 같진 않았다. 힘으로 이길 수 없다. 그런 상태로 이곳에서 도망치는 게 가능할까? ⋯⋯무리겠지.

우울했다. 방법이 없다. 수단이 없다. 싫다. 진짜로 싫다. 아아, 제발. 정말로, 싫어, 싫어, 싫어⋯⋯.

“순결은 뺏지 않을게.”

우뚝, 하고 순간적으로 몸의 모든 움직임이 멈췄다. 내가 지금 무얼 들은건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기본적으로 너에게 닿는 것은 오로지 손가락만.”

휙 하고 고개를 돌려 남자를 쳐다봤다. 표정을 살폈다. 하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읽어낼 수는 없었다.

“감금 기간은⋯⋯ 그렇지, 오늘부터 정확히 6개월. 6개월이 지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너를 해방해 주도록하지. 원한다면 집까지 데려다주기도 할거야.”

‘해방’이라는 단어를 듣자 몸이 흠칫 하고 반응했다. 먹구름이 잔뜩 낀 머릿속에 아주 얇은 한줄기 빛이 천천히 드리우는 느낌이었다.

“우선은 이정도려나. 어떻게 생각해?”

남자가 내쪽을 쳐다보며 물었다.

뭐라고 반응해야할지 모르겠어서 그저 우두커니 남자를 쳐다만 봤다.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 아까 전에는 내 몸이 목적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저 말은 대체 무슨 소리인가. 순결 보장에 닿는 건 손가락 뿐? 즉⋯⋯ 본방은 없이, 그저 만지기만 한다는 소리⋯⋯?

거기다가 뭐? 해방? 반년이 지나면 그냥 풀어주겠다고? 저건 또 무슨, 아니, 만약 저 말이 진짜라면, 진짜라면⋯⋯.

“정말인가요?”

생각을 끝마치기도 전에 입이 멋대로 움직였다. 애원하듯 간절한 목소리에 나 자신도 놀랄 정도였다.

“물론이지.”

캥길 것은 없다는 듯 아주 자연스러운 대답이었다. 느긋한 미소를 입가에 걸친 채 남자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말이지, 야한 짓을 아주아주 좋아해. 음란함과 야릇함을 더없이 사랑하지. 하지만 내 취향이 좀 까다로워서 말이야. 조건에 맞는 여자를 좀처럼 찾을 수가 없어. 창관에 가볼까 생각도 해봤는데 그건 개인 사정 때문에 좀 꺼려졌거든. 그래서 어떻게해야할까 고민을 좀 하다가 번뜩 떠올렸지. 적당한 아이를 납치해서 내가 직접 길들여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한 박자 쉬고, 남자는 계속해서 말했다.

“나는 너를 조교해보고 싶어. 천천히 진득하게 길들여서 순종적이고 음란하게 타락해가는 모습이 보고싶어. 잔뜩 귀여워해주고 애태워서 농밀하게 무르익었을 무렵에 아끼고 아껴뒀던 소중한 열매를 단숨에 따먹고싶어. 하지만 그저 일방적이기만 해선 재미가 없지. 그러니까 반년. 덜도말고 더도말고 딱 반년이 지나면 너를 풀어줄거야. 그 짧은 시간 안에 손만을 사용해서 너를 얼마만큼이나 야하게 조교할 수 있을까⋯⋯. 말하자면 이건 일종의 도전인 셈이지."

⋯⋯퍽이나 역겨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듣고나서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올랐다. 대체 사람을 뭘로 보고 있는건지⋯⋯. '조교'라는 단어도 귀에 거슬렸다. 만화를 너무 많이 본 게 아닐까? 현실에서 그딴 게 가능할리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적어도 남자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진심으로 믿고있는 듯 보였다. 그 부분 또한 심히 역겨웠다. 역겨웠지만, 남자가 하는 말은 놀랍게도 나에게 있어서도 상당히 유리한 부분이 많았다. 순결은 빼앗지 않겠다는 부분과 반년 후에 풀어주겠다는 부분이 그랬다. 그것은 다시말해 시간만 충분히 지나면 별 탈 없이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과 같은 뜻이었으니까. 

물론 그 반년 동안 남자가 내 몸을 실컷 주물럭거릴 거라는 사실은 그리 유쾌하진 않았지만 납치에서 풀려나는 대가라고 생각하면 그럭저럭 납득할 수 있었다. 거기다가 순결은 안 건드리고 손만 쓸 거라고도 했으니 적어도 못 버틸 정도로 힘들지는 않을 것 같았다. 어찌됐든 반년만 견디면 된다. 그 정도는 못 참을 것도 없었다.

시야가 밝아졌다. 심장이 차분히, 하지만 열기를 띄고 뛰기 시작했다.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느낌이었다.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백 퍼센트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능성은 높다. 그저 그것만으로 이렇게나 위안이 될 줄이야. 불행 중 다행이라는 게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인걸까. 

희망과 안도가  섞여 제멋대로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마음을 다잡아서 어떻게든 다시 내렸다. 아직 완전히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희망이 생기긴 했어도 난 여전히 납치당한 상태고, 남자가 약속을 성실하게 지킬거라는 보장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머리가 좀 냉정해지는 것 같았다. 

좀 더 머리를 굴려야만 한다. 어떻게하면 좀 더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지금 당장 떠오르는 거라면, 으음, 아양을 떨어서 환심을 사거나 하는거 정도? ⋯⋯나한테는 난이도가 좀 높은거 같긴 한데 그래도 하기는 해야겠지.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있자니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슬슬 상황파악은 얼추 다 끝난 모양이네.”

그 말에 나는 약간의 긴장감을 품고 남자를 쳐다보며 다음에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저 다음에 나올 말은 나에게 독이 될까 득이 될까. 떨리고 긴장됐지만, 다행히도 아까 처음만큼 공포스럽지는 않았다.

남자가 앉아있던 의자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말을 걸었다.

“그럼 따라오렴. 시설 안내를 해줄게. 6개월 동안 이 한 방 안에서만 갇혀서 지내는 건 아무래도 좀 힘들 테니까 말이야. 나도 딱히 그렇게 의미없이 괴롭히고 싶은 건 아니니까, 이 시설 내부라면 어디든지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상관없어. 내가 주는 서비스라고 생각해. 식당도 있고 공부방도 있고 도서관도 있고 정원도 있고 여러가지 있으니까. 마음에 들거야, 아마."

남자의 말을 들으며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있는 힘껏 쾌재를 불렀다.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된단다.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된단다! 비록 당연히 감시나 제약 등이 따라붙긴 하겠지만 그래도 여러 공간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은 크다. 이 시설이라는 곳이 얼마만큼 큰 장소일지는 몰라도 말하는 걸 보면 상당히 크기가 큰 것 같았다. 그정도 크기라면 분명 어딘가에 빈틈이 생겨날 터. 정보를 모으든 탈출을 계획하든,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것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횡재한 기분이었다.

“아 참, 이걸 깜빡했네.”

남자가 방문을 열려던 손을 멈추며 내 쪽을 뒤돌아보았다. 그 시선에 나 또한 남자를 따라 나서려던 몸을 잠시 멈추었다.

“내 이름은 루블. 호칭은 원하는대로 해도 상관없어.”

루블, 이상한 이름이다. 당연하겠지만 가명이겠지.

“앞으로 6개월간 잘부탁해.”

그 말을 남기고 남자는 다시 뒤를 돌아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나도 침대에서 일어나 조용히 남자의 뒤를 따랐다.

앞으로 6개월.

6개월만 지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납치당한 몸인데도 시간만 지나면 풀려날 수 있다는 건 크나큰 행운이겠지. 그야말로 불행 중 다행이다. 거기다가 그 6개월 동안 심각한 위험요소가 없다는 것 또한 더할나위없는 요행이다.

아무렴,

평범한 사람을 조교해서 야한 아이로 만드는 일 따위가, 실제로 가능할 리 없지 않은가.

 

 

 

 

실제로 가능할 리는 없지만 이건 야설이니까 가능할 리 있G

 

그리고 저번에 올린거 댓글에 남자시점에서도 한 번 써봤으면 좋겠다는 말이 있었고, 나도 그렇게 한 번 써볼려고 생각하긴 했는데..

..의욕상의 문제로 한동안은 여자시점으로만 쓸듯. 언젠가 남자 시점도 쓰긴 쓸거임

 

아무말이라도 좋으니 감상 남겨주면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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