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게시판새벽에 등산했을때
새벽에 등산했을때
1 1766 12-31 22:36

 

 보통 아침 해가 뜨고 난 뒤에 등산을 했었는데

등산이래봐야 동네 뒷산이라서 300미터?? 그정도 밖에 안되는 야트막한 언덕이었어

체력이 한창 미쳤을때는 뛰어서 한번에 올라가고 내려갔을 정도니깐

늦잠 자는걸 매우 좋아해서

새벽에 등산하는건 싫어헀는데

아버지의 강요로 새벽에 등산을 한달 가량 한적이 있었어.

 

 

처음엔 와 무섭더라구

 

매번 보던 산인데

입구부터 나무가 기이하게 보이고 그러더라구

 

어두컴컴한 산에

산안개가 끼고 있어서 매우 음산했어.

그리고 여지없이 들리는 개소리 

 

음악들으며 등산하려 했는데

슬그머니 귀에서 이어폰을 뺐어.

 

어두운 곳을 등산하다보니

분명 여긴 길이 아닌데 오솔길처럼 길이 나있는거처럼 보이는 곳이 너무 많았어.

매번 다녔던 산인데 

심지어 그리 높지도 않은 산인데

주변을 둘러보면 전부가 다 길인거 같고

내가 왔던 길도 어딘지 헷갈리더라구

 

그리고 무서운건 사람이었어.

그때가 겨울이긴 헀지만, 겨울산이긴 했지만, 그래도 동네에 붙어있는 동네 뒷산인데

그 사람은 고작 뒷산 가는 수준이라기엔 장비가 엄청났어

군밤장수같은 모자에 고글, 방한마스크, 매우큰 배낭, 폴대, 매우 두툼한 상하의, 등산화에 아이젠

마치 히말라야 등반하는 사람 같더라구

보통은 마주치면 

안녕하세요~

이러는데

그 사람은 내가 보이지 않는지 그냥 후우우... 후우우...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조용히 산안개를 뚫고 나타났다가 산안개 사이로 스르르 사라졌어.

 

이 사람보다 더 광기였던 사람은

그 추운 새벽 산에

반팔 반바지로 뛰어다니더라... 

날 보며 안녕하세요~ 하고 휙 하고 지나갔어

내가 순간 잘못봤나 싶을 정도였는데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서 

잘못 봤겠지 싶었는데

다음날 또 가니까 있더라 ㅡㅡ

 

그리고 말라뮤트... 

새벽 산안개를 뚫고 뛰어오는 거대한 털복숭이가 홀로 산을 내려오는데

와 산짐승인줄 알고 진짜 기겁했어.

목줄도 없었는데

주인 같은 사람도 끝내 지나가지 않더라...

 

산을 오르고 있는데

뒤에서 뽕짝이 들리는거야. 

트로트보다 더 옛날 같은 음악소리

그게 먼저 들리면서

산의 한적함이 사라지고 짜증이 나는데

모습은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리더라구

좀 지나니

점점 그 소리가 커지는데

개량한복을 입은 할아버지가 손바닥만한 라디오 같은걸 들고는

걷는데

나보다 빠르게 산을 오르더라...

그리고 서서히 멀어지는 뽕짝소리...

 

산 정상에 다다랐을때

아무도 없는 경우가 많았지만

가끔 사람이 있는 경우가 있었는데

벤치에 가부좌 틀고 명상하는 사람도 있었고

나무에 등을 퍽퍽 치는 사람들도 있었어.

나는 정상에 올라와서 가만히 밑을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어느덧 동이 트면서 

산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정상 밑으로 산안개가 흐르는 모습을 보자면

그래도 잘 올라왔다는 뿌듯함이 있었어.

 

이 산을 내려가면서

워낙 길 같아 보이는 곳이 많아서

헷갈렸었는데

그래도 새벽에 몇번 산을 타다보니 많이 익숙해졌지.

근데 하루는 새로운 길로 가보고 싶은거야

그래서 새로운 길로 갔지.

근데 산이면 으레 있는 산소들이 꽤 자주 보이고

무슨 작은 서럽? 나무판? 이런게 있고 돌을 쌓아둔 곳도 보이고

부적같은 것도 붙여져있던데

아 소름 돋더라고

딱히 별일은 없었는데

그 뒤로 거길 한번 찾아가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못찾겠더라 

 

산을 완전히 다 내려오고

집으로 가고 있었는데

내가 아는 두 남녀가 새벽에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 나오더라구 

한명은 우리 아파트단지에 살고 있는걸 알았지만

다른 한명은 아닌걸 뻔히 알았거든

아 이 새끼들....

심지어 둘다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각자 따로 있었지.

그것도 오래된 연인이...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소문내려다 참았어 ㅋㅋㅋㅋㅋ

 

새벽등산은

참 희안한 것들을 알려주고 경험하게 해줬어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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