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게시판옛날썰을_소설풍으로_풀어보았다
옛날썰을_소설풍으로_풀어보았다
0 1052 10-19 19:53

때는 몇년전 가을.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한가로운 토요일의 어느날이었음을 아직까지도 기억하고있다.

 

"얘, 오후에 중요한 손님이 오실테니 준비하고 있으렴."

 

아버지는 해외 출장을 나가셨고, 어머니는 음식점을 운영하시기에 토요일에도 늘 바쁘셨다. 
하지만 그렇다고 애를 집에 혼자 둘 수도 없었을터. 그렇기에 토요일 우리 집에는 항상 큰이모가 계셨다. 

당시에는 그저 "놀러왔다"며 장난스럽게 말씀하실 뿐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분명 부모님께 부탁받아 날 돌보러 오신 것이었으리라.

그런 큰이모가 갑자기 진지한 목소리로 저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중요한 손님'이라는 단어에 당시의 조그마한 어린 아이는 가슴 앞에서 두 손을 모아쥐며 자기 나름대로 긴장을 표현했다.

 

사실 당시에도 어느정도는 예상한 바이기는 했다.

앞서 말했듯 어머니는 음식점을 운영하셨다. 예나 지금이나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 영향력은 상당히 컸다고 몇 번인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영향력에 이끌린 '중요한 누군가'가 우리집에 찾아 오는 것이리라. 어린 나이였음에도 나는 그리 믿어 의심치 않았다.

 

큰이모가 시키는 대로 나는 우선 세수를 했고, 옷차림을 정갈하게 하자는 말에 별로 크지도 않은 옷장을 이리저리 뒤져봤다.
하지만 어린아이의 눈으로는 뭐가 '정갈한' 옷인지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고, 결국 큰이모가 골라주는 대로 몸에 걸친 옷은 빳빳한 청바지에 깨끗한 흰 티였다.

세수를 하고, 정갈한 옷을 입고,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하며 현관문 앞에 서서 곧 찾아올 손님을 기다렸다.

긴장이 됐다. 기다리던 중간에 큰이모가 "무례한 짓 하면 안된다."라고 언질을 준 터라 더더욱.
생각해보면 당시 큰이모도 약간 긴장한듯한 목소리를 하고있었다. 아마 나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으로 긴장하고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고 지금에 와서는 추측만 할 뿐이다.

 

시간이 지나고, 때가 됐다. 초인종 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나는 나 자신의 긴장이 최고치에 다달았음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큰이모가 공손한 목소리로 "네~."하고 대답하고, 현관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열린 문 너머로 보인 것은 젊은 여성. 흰 티와, 정장과도 비슷해 보이는 검은 조끼는 단정하다는 인상을 그녀에게 심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입을 열어 말한 한마디는 나는 지금껏 잊지 못한다. 아마 앞으로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정수기 필터 교체하러 왔습니다~."

 

......

정적. 숨이 막힐듯한 고요함.

젊은 여자의 말에 대답하듯이 큰이모는 이렇게 말했다.

 

 

 

 

 

 

 

 

"ㅊ, 차... 차 한잔, 준비해 드릴까요...?"

 

웃측 사이트배너

  • 자료가 없습니다.

    웹툰 뷰 하단의
    아이콘을 클릭하면
    책갈피가 됩니다.
  • 오늘 본 만화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