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등학생때 

기숙사에 살았었는데

그때의 이야기야

밤에 학교에 가서 

숙제를 꺼내와야 할 일이 있었고

친구들이랑

어둠이 내린 학교 안으로 들어가야 했었어.

쌔콤이 있어서 그런건 불가능했을거 같은데

다행히랄까 불행히였을까?

우린 학교로 잠입이 가능했지

우린 어느 열린 교실 창문으로 들어가서

우리 교실로 갔었어.

우리가 매일 시간을 보내는 학교고 교실인데

단지 불이 다꺼졌단 사실 하나로

아무도 없다는 그 사실 하나로

엄청나게 공포스럽더라

수위아저씨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괜히 걸릴까바

후레시도 켜지않고 묵묵히 우리 교실로 걸었어.

그런 우리에게는 

또각 또각 우리들 걷는 소리와

우리의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어.

우리는 무사히 교실에 도착해서 

숙제를 꺼내고

돌아가는 길이었지.

이때를 생각해보니

신체찾기에서

쫓아오는 살인마와

찾아야할 신체일부 이딴 거 없이도

충분히 공포스럽고 무서운 환경인데

쟤넨 저걸 어떻게 했나 모르겠더라고

아무튼

무사히 학교를 빠져나왔어

그리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이었지.

그런데 학교 바닥이야 딱딱해서

또각소리가 들리는거 같았는데

기숙사 가는길은 운동장이었거든....

흙길인데 왜 또각 또각 이라고 해야하나?

뚜벅뚜벅이라고 해야 하나

발소리가 들리는거야

말이 안돼잖아

그래서 다들 

옹기종기 뭉친채로

뭔가 이상하다고 걷는채로 뒤를 돌아봤는데

아무도 없어

운동장 전체를 둘러봐도 

당연히 아무도 없는거야

계속 뚜벅거리는 소리만 들려오고

이대론 너무 공포스러워서

야 우리 모두 일단 멈춰보자

이거 우리 발소리일수도 있잖아

이대론 무서워서 안되겠다 하고

멈췄어.

그런데...

뚜벅뚜벅뚜벅뚜벅뚜벅뚜벅

끊이질 않고 계속 들리는거야

이 미친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아

그리고 일정하지도 않아.

뚜벅 뚜벅 이었다가 뚜벅뚜벅 이었다가

잠시 멈췃다가 뚜벅 하던가

공통점은

우리가 이동하건 말건

같은 거리에서 들려

그걸 깨닫자마자

서로 소리도 못지르고

미친듯이 기숙사로 뛰었어.

중간에 누가 없어졌더라고

모를 정도로

불꺼진 기숙사에 도착하니

뭔가 안도의 한숨이 쉬어지더라고

그리고

뚜벅 뚜벅

역시나 아까와 다를거 없이

그 발소리가 들리는거야

너무 무서웠지.

학교 들어갔을때부터 들은 발소리가

우리 잘소리가 아니었던건가???

거기에서부터 계속 따라온건가?

기숙사에까지??????

그리고 내 눈에 

운동장 너머 단상 한가운데 있는 무언갈 보았어.

그 움직임에 맞춰

뚜벅 소리가 들리더라고

그게 멈추면 안들리고

그게 움직이면 들리고

그건...

태극기였어 ㅡㅡ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는 소리가

밤이어서 그런지 어쩐지는 몰라도

펄럭펄럭이 아니라

뚜벅뚜벅처럼 들렸던거야

그걸 깨닫고 애들한테 말해주니까

애들도 그걸 보는데

왠지 그 움직임과 소리가 맞아떨어지는거야

그뒤로 크게 안심해서 

편하게 잤는데

그뒤로도 몇번

태극기 펄럭이는 걸 보았는데

뚜벅이는 소리는 안들리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