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또 한 한달 반만에 다시 올리네
뭔놈의 글쓰는 속도가 이리 느린지 원. 속도좀 늘리긴 해야하는데
또 이쯤되면 그냥 얇고 느리고 길게 가야할듯 싶기도 하고...
근데 그건 그렇고 이번화는 유난히 글이 막히는 부분이 많더라
부자연스럽지만 않으면 좋으련만
쨌든 잡설은 이쯤하고 본편이나 감상하러 ㄱ
교복의 얇은 옷감이 서로 스치며 사르륵 소리를 내고는 힘없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한 겹 벗을때마다 가벼워지는 몸과는 정 반대로 마음은 무거워져만 갔다.
조끼를 벗고, 리본을 풀고⋯⋯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을 때 손이 떨려왔다. 남자의 시선을 느끼며, 나는 떨리는 손으로 몇 번이나 실패해가며 단추를 다 풀었다.
그대로 와이셔츠를 벗었다. 사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와이셔츠가 내 팔을 스치고 바닥에 떨어졌다. 양 팔의 피부가 훤히 드러나자 그것만으로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암담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위에 남은 것은 얇은 면 티셔츠 하나와 속옷 뿐이다.
“치마도 벗어.”
“읏. ⋯⋯네.”
수치심으로 머리가 이상해질 것만 같다. 떨림이 멈추질 않는 손으로 버클을 풀었다. 그대로 치마 양 끝을 잡고, 이제 이걸 내리면, 내리면⋯⋯.
“왜 그래, 못 내리겠어? 내가 대신 내려줄까?”
“으윽⋯⋯!”
비아냥 대는듯 놀리는 듯한 남자의 말투에 나는 이를 악 물었다. 어금니가 저려올 때까지 이를 꽉 깨물고, 한 번 숨을 크게 들이쉰 다음, 확 하고 치마를 내렸다.
허벅다리에 서늘한 공기가 닿았다. 부들부들거리며 손을 놓자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치마가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속옷이 드러나고 다리가 노출됐다. 이제 허리 아래에는 속옷 밖에 없다⋯⋯ 라고 생각하니 참을 수 없을 만큼 등골이 오싹거렸다. 내 인생에 남자 앞에서, 그것도 낯선 남자 앞에서 가림막 하나 없이 팬티를 훤히 보여주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끔찍한 기분이었다.
“이쪽으로.”
“네⋯⋯.”
“그래, 말 잘 듣네. 그게 좋은거야. 괜히 반항하려 들거나 하지만 않으면 아픈 꼴 볼 일은 없을테니까. 손 좀 내밀어 볼래?”
참아야한다.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그것만을 되새기면서 나는 얌전히 남자의 말에 따랐다. 재촉하는대로 가까이 갔고, 물어본 대로 손도 내밀었다. 몸이 부들부들 떨리지만 아직은 참을만했다. 굴욕감도 수치심도 아직은⋯⋯ 그래 아직은 괜찮다. 이를 악물면 견딜만 했다. 이 정도면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아. 아직은 괜찮아⋯⋯.
가만히 앞에 내민 나의 손을 남자가 잡았다. 그것에 상당한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나는⋯⋯?!
“꺗?!”
남자가 갑자기 손을 당겼다. 시야가 확 돌고, 잠깐 몸이 공중에 떴다가 금세 푹신한 곳에 떨어졌다.
눈을 떠보니 침대 위였다.
나는 속옷에 티셔츠 한 장만을 입고, 한쪽 손목을 붙잡혀 머리위에 고정당한 채 침대 위에 눕혀져있었다.
“?! 싫⋯⋯!”
“쉬잇, 조용히.”
목소리가 뒤집히고 온몸이 굳었다. 한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럼에도 남자의 한 마디 탓에 제대로 발버둥을 치지도 못했다. 거스르면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른다. 그런 본능과도 가까운 무언가에서 솟아오른 공포감이 혐오와 거절을 찍어눌렀다. 목이 막혔다.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고, 마구 발버둥을 치지도 못한채 나는 그저 사시나무 떨듯 침대 위에 누워 부들거렸다.
“그래그래, 착한 아이구나⋯⋯. 너무 겁먹지 않아도 돼. 첫 조교니까 너무 과격한 짓은 하지 않아. 다만⋯⋯ 잠깐 ‘맛보기’를 할 뿐이야. 진정하렴?”
그리 말하며 남자는 내 몸을 손가락으로 훑었다.
“히이⋯⋯!”
입술부터 시작해서 목, 쇄골을 훑고 가슴을 만진 뒤, 배까지 내려간 다음에야 남자는 손가락을 멈췄다. 마치 벌레가 지나다니는듯한 지나친 혐오감에 목이 메었다.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틀림없이 지금이 내 인생 최악의 순간이다.
“벌써부터 울상이네. 순수하기도 해라. 귀여워. ⋯⋯손가락 하나에 울먹일 정도로 순수하다면⋯⋯ 여기를 만지면 어떤 반응을 보여주려나?”
쿡쿡거리는 웃음소리. 그리고 동시에 찾아온 주물럭거리는 감촉. 눈을 꽉 감고, 이를 악물고, 나는 고개를 돌렸다. 전력을 다해 외면했다. 오기로라도 반응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흠흠. 조용하네. 가슴은 별로야? 기껏 이렇게 주물주물 해주고 있는데, 귀여운 목소리라도 한 번 내주면 할 맛이 날텐데 말이야.”
주무르는 힘이 약간 강해짐을 느꼈다. 그에 맞춰 나는 이를 더 세게 악물었다. 그 어떤 목소리도 새나가지 않도록, 남자가 지루해하도록. 내가 계속 재미없는 반응을 보이면 남자도 분명 금방 멈출 것이다.
“그럼 여기는 어때?”
가슴을 주무르던 손을 떼고 남자는 손을 아래쪽으로 옮겼다. 그걸 곁눈질로 쳐다보며 나는 다시금 이를 악물⋯⋯. ⋯⋯?!
“힉?!”
전신을 관통하는 찌릿한 감각에 한 순간 몸이 움찔 튀었다. 호흡이 흐트러지고 꽉 깨문 이빨 사이로 비명이 새어나왔다. 아주 잠깐동안 아랫배에 저릿한 감각이 맴돌다 사라졌다. 느껴본 적 없는 낯선 감각에 본능적인 공포심이 앞섰다.
“오, 귀여운 비명소리. 반응 좋은데. 남한테 여기 만져지는 건 처음이야? ⋯⋯하긴 뭐, 물어볼 것도 없나.”
“그, 그만⋯⋯!”
나는 간청했다. 수치심에 머리가 터질것만 같았다. 나름 각오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얼굴에 피가 쏠리는 게 느껴졌다. 눈에서 눈물이 넘쳐 시야가 뿌예졌다.
“응~? 벌써 항복이야?”
싱글벙글 놀리는 말투로 물으며 남자는 내 속옷 위를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리며 흝었다. 다시 아랫배가 약간 저릿했지만 솔직히 별 느낌은 없었다. 다만 미칠듯이 부끄러웠다. 낯선 남자가 내, 내⋯⋯, ⋯⋯소중한 부분을 마음대로 만져대고있다. 아까 보여주기만 했을 때랑은 비교도 안됐다. 죽을만큼 부끄럽고, 수치스러웠다.
"그마안⋯⋯!"
나는 다리를 닫고 몸을 비틀어 남자의 손을 피했다. 더 이상은 무리였다.
"이런, 그건 안되지."
“아, 아아⋯⋯! 시, 싫어. 싫어어⋯⋯!”
남자가 남은 손으로 내 다리를 붙잡아 억지로 벌렸다. 그리고는 그대로 자신의 다리와 내 다리를 엮어서, 다시 닫지 못하도록 고정시켰다.
다리가 훤히 벌어지고 내 소중한 곳이 남자의 앞에서 남김없이 드러났다. 팔다리를 고정당해 이제는 가릴 수도, 피할 수도 없었다.
“부, 부탁드립니다. 이제 그만, 그만해주세요⋯⋯. 이렇게 부탁드릴테니 제, 제발⋯⋯.”
“글쎄에, 어떻게 할까⋯⋯,”
자존심이고 뭐고 다 내버리고 간절하게 애원했더니 돌아온 대답이 저거다. 심지어 살짝 웃고있다. 일단 내 말에 무언가 고민을 하는것 같기는 한데, 그 내용이 무엇인지 나로서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음~” 하고 남자가 목을 울릴 때마다 속이 타들어가는듯 했다.
"뭐, 앞으로 시간도 많으니 지금 한 번 그만해주는것 정도야 별로 안될일도 아니지. 하지만 나로서는 오히려 너한테 괜찮겠냐고 물어보고 싶은데?"
⋯⋯남자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오히려 나한테 괜찮겠냐고? 괜찮은게 당연한데 무슨 헛소리인가.
“아, 이해가 잘 안되나? 설명해줄게.”
의문과 의심이 커져갈때쯤 남자가 다시 말을 이었다. 뭘 생각하는지 싱글벙글 징그러운 표정이었다.
"아까도 말했듯이, 지금 하고있는 건 어디까지나 맛보기일 뿐이야. 손가락 끝으로 쓰다듬기만 하고있고, 격렬하게 하고있지도 않고, 하다못해 옷도 어느정도는 입힌 채로 하고있지. 이런건 전희라고도 못불러. ⋯⋯너한테야 자극이 강할지 몰라도, 이래봬도 꽤 상냥하게 하고있단 말이야.”
남자가 갑자기 내 배를 손가락 끝으로 쓰다듬었다. 여전히 이딴 부끄러운 자세를 하고있다는 굴욕감, 그와 함께 퍼지는 간지러운 감각에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다음번 조교는 약간 더 격렬할거야. 그 다음 조교는 조금 더 그렇겠지. 중간중간 약한 조교도 조금씩 섞이겠지만, 이렇게나 봐주면서 하는 조교는 앞으로는 없을거다. 반대로 말하자면, 네가 받게될 모든 조교 중에서 이번이 가장 약하고 상냥할거란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배를 쓰다듬던 손가락이 천천히 위쪽으로 올라갔다. 천천히 천천히 올라가 내 얼굴이 구겨져갈때쯤 가슴골 아래를 살짝 스치고선 남자는 손가락을 뗐다.
“⋯⋯’만져지는 연습’, ‘조교에 적응할 시간’. 필요하지 않아? 앞으로 수도 없이 많은 조교를 경험하게 될텐데, 미리 익숙해져 두는 게 좋다는 건 굳이 설명할것 까지도 없지. 그리고 미리 익숙해지는데 있어서 이번만한 기회는 없어. 살며시 몸을 쓰다듬어지고, 너는 그냥 가만히 누워서 그것에 적응할 뿐. 그런 좋은 기회인데 정말로 그만둬도 괜찮겠어?”
“연, 습⋯⋯.”
⋯⋯돌아온 것은 예상외로 그럴듯한 설명이었다. 궤변이라면 궤변이겠지만, 아무생각 없이 거절할 수 있을만한 내용도 아니었기에 상당히 골치아팠다.
적응. ⋯⋯그래, 적응. 남자가 하고싶은 말이 뭔지 대충은 이해가 갔다. 요컨대 ‘다음엔 지금보다 더 심한 짓을 할건데, 그 전에 미리 익숙해져둘 필요가 있지 않겠어?’ 이거 아닌가. 그것은 비유하자면 학교 수업 듣기 전에 예습 먼저 미리 해놓으라는 소리와 비슷했고, 그렇게 생각하면 반가운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예습해야하는 과목이 ‘남에게 만져지는 것’만 아니었더라면 참 그랬을텐데 말이다.
결국은 그게 문제였다. 적응하는 것 자체는 좋다. 오히려 환영하고 싶을 정도다. 다만 그 방법이 오랫동안 온몸 이곳저곳을 만져지는 것이라면 도저히 좋다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싫었다. 미치도록 싫었다. 새삼 이딴 변태에게 납치당한 자신의 처지가 눈물이 날만큼 비참하게 느껴질 정도로 싫었다.
⋯⋯아무리 그래봐야 변하는 것은 없었다. 나는 눈물을 삼켰다. 결국 적응은 필요하다. 그래, 당장의 굴욕보다 앞으로의 편함을 우선시하자. 그게 결론이었다.
“말 없으면 계속해달라는 걸로 받아들일건데, 그래도 괜찮아?”
남자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돌린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답이 필요하지 않다면, 하고싶지 않았다.
“그래, 상냥하게 해줄게.”
“⋯⋯읏.”
남자의 손가락이 내 배 위를 다시 한 번 스윽 훑고 올라갔다. 결코 유쾌하지는 않은 감각에 무심코 몸이 움찔 떨렸다.
“괜찮아 괜찮아. 몸에 힘 안줘도 돼. 편히 있어⋯⋯ 라고 말은 해도, 이런 상황이면 비아냥대는 걸로 들리려나? 그래도 뭐, 진심이야. 편히 있어. 뭣하면 눈 감고있어도 상관없고.”
다음은 허벅지였다. 남자는 손바닥으로 내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듯이 느리게 문질렀다. 간지러웠지만, 그것보단 수치심이 훨씬 강했다. 스윽 하고, 생판 남의 손이 맨다리에 스치는 감각은 단순히 불쾌하다는 말로 끝낼 수 있을 만한 게 아니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지금은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
“~♪”
“⋯⋯읏.”
어금니가 뿌득거렸다. 허벅지를 만지던 남자의 손이 슬그머니 위쪽으로 올라오고, 무심코 욕을 내뱉어버릴 뻔한 것을 나는 인내심을 발휘해 겨우 참아냈다. 끈적하게 내 다리를 매만지며 올라오는 남자의 손이 향하고 있는 곳은 십중팔구 내 속옷 위. 속이 뒤집히는 듯한 혐오감에 눈이 따끔거렸다.
나는 눈을 꽉 감고 고개를 돌린 뒤, 곧 다가올 끔찍한 시간이 일초라도 빨리 지나가기를 빌며 몸을 굳혔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남자의 손은 내⋯⋯ 소중한 곳까지는 올라오지 않았다. 허벅지를 타고 천천히 올라온 손은 딱 속옷에 살짝 닿을 정도까지만 올라온 뒤 다시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예상과는 조금 다른 전개에 나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손을 아래로 내린 뒤, 한동안 남자는 내 허벅지를 위아래로 천천히 쓰다듬는 것을 반복했다. 스윽- 하고 천천히 올라오고, 다시 스윽- 하면서 천천히 내려갔다. 간지럽고 수치스러웠다. 간지러움과 불쾌감에 견디기 위해 지금도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있어서, 며칠만 지나면 어금니가 남아나질 않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손이 올라오고,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고 내려가고. 다시 그 반복. 또 반복되고, 그리고 다시. 다시 또 한번⋯⋯.
⋯⋯그렇게 시간이 얼마쯤 지났을까.
이런 짓이 대체 그리 뭐가 재밌는지, 남자는 여전히 계속해서 내 허벅지를 쓰다듬고있었다. 대화는 꽤 전부터 없고, 살과 살이 스치는 작은 소리만이 주변을 계속해서 맴돌고 있었다.
솔직히 이쯤되니 지루했다. 물론 기분 나쁜게 사라졌다는 소린 아니었다. 간지러움도 불쾌함도 수치스러움도 여전한데, 거기에 지루함이 더해진 듯한 감각이었다. 자극에 무뎌진다고 해야하나. 기분은 여전히 최악이지만, 적어도 여기서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감각이랄까⋯⋯. 익숙해 진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싶었다. 예상했던 것과는 달랐지만, 별로 유쾌한 느낌은 아니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왠지 시간이 잘 안 가는 느낌이었다. 시간감각이 흐려진 탓에 지금까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분명 방 한쪽 벽에 시계가 있었으니까 그걸 보면⋯⋯ 이라고 생각했지만 남자의 몸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든 시계를 보려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더니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시간이 궁금해?”
살짝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아마 한동안 말을 안하고있던 탓이겠지. 약간 속삭이는 듯한 말투라 조금 기분나쁘다는 감상은 뒤로하고, 나는 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보자⋯⋯. 응, 그래.”
남자는 뒤를 돌아 시계를 확인하고 다시 내쪽을 쳐다보았다.
“이제 20분 정도 지났어.”
⋯⋯남자가 방긋 웃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끔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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