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게시판코로나 말고 신종플루 걸려본 썰
코로나 말고 신종플루 걸려본 썰
1 1505 09-18 19:21

일단 그냥 감기랑 전혀 다름...

 

- 첫날

증상이 발현된 순간에 '어라? 내 몸이 왜 이러지?' 하는게 확 느껴짐

뭔가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몸이 정상이 아님

 

- 첫날과 둘쨋날 밤 사이

미친듯이 추움

온 몸이 아픔. 왜,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도 모르겠는데 그냥 아픔.

땀이 미친듯이 흐름.

두통도 콧물도 기침도 당연히

기침은 너무 나와서, 이대로 가다간 목구멍이 완전히 찢어질 것 같다는 위기감이 들어서, 그 이후로는 입에 수건 틀어막고 코로 최대한 기침을 약하게 함

그 덕에 가슴통증이 심해짐

 

- 둘쨋날 아침

간밤에 뒤질뻔 했으면서, 아침 되니까 살만해졌는지

골골거리면서 라면 한개 끓여먹고 주저앉아서 멍때리다 시계보니 1시간 지나 있더라.

출근 못하겠어서 회사에 전화하고 이불 싸고 앉아서 유튜브 보다가 정신을 잃었는데

정신차려보니 저녁 해가 뉘엿뉘엿

 

배는 고파 죽겠는데 아무것도 먹고싶다는 생각이 안듬

이 때 나 자신이 ㅈㄴ 잘못됐다는걸 느꼈지만, 걸어서 방 안을 이동하려고 마음먹는 것만 해도 남은 에너지의 80%를 쏟아야 할 것 같을 정도로 무력감에 빠짐

다행히 손닿는 곳에 며칠 전에 사다 둔 팥빵이 있어서

물이나 우유도 없이 그냥 그거 대충 씹어삼키고 다시 쓰러짐

 

- 둘쨋날 밤, 셋쨋날 새벽

이불이 축축해서 깼음. 땀이었음.

사실 ㅈㄴ 추워서 깼음.

추운데 땀이 개많이 나는 이상한 상황임.

잘 참았던 기침은 자면서 존시나 많이 했는지 베게에 피도 묻어있음.

어지러워서 뒤질거같은데, 머리도 아프고 몸도 아프고

해만 떨어지면 왜 이렇게 뒤질 것 같은지 미치겠음.

 

이 때 생각한게, 와 나 병원 안가면 진짜 뒤지겠구나

 

일단 내 체온을 정상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욕실까지 가서

힘겹게 뜨거운물로 샤워 조지고 나오니까

한 10분은 살만한 기분이었음.

 

그 10분동안 옷 갈아입고 이불 바꿈.

그리고 누웠는데 잠시 후 다시 ㅈㄴ 아픔

 

- 셋쨋날

새벽 샤워 이후 결국 잠을 못자고 해뜰 때 까지 견디다가

아침에 병원에 감.

수액을 놔주는데 갑자기 눈앞이 또렷해지고

지금 당장 출근해서 일해도 될 것 같은 기분임

그러고 누워있으니까 간호사분이 와서 링거 확인해주다가 내 표정 보고 눈치 깠는지

"님 회사 가지말고 걍 집에서 쉬세여 뒤지기 시르면 ^^"을 박아버림

깨갱

 

 의사가 10만원짜리 치료제 맞을래 5일 자가격리할래 하길래

ㅅㅂ 10만원짜리 치료제 ㅈㄴ 비싸네

걍 5일 합법 병가내고 쉴란다 하고 회사에 신종플루 걸렸다고 알리고 의사가 쉬래여 아 몰라 배째 시전

 

이 때 치료제 쳐맞고 걍 나았어야 했다.

 

- 4일째 (자가격리 2일차)

분명 약국에서 해온 약 꼬박꼬박 먹는데

온 몸이 뇌를 향해 '뒤지겠다 주인새끼야'를 시전


그래도 둘쨌날 셋쨋날보단 참을만 함

 

- 5일째 (자가격리 3일차)

드디어 게임을 함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림

밥도 챙겨먹기 시작

 

- 6일째 (자가격리 4일차)

약두통에 멍하고 잔기침.

 

- 7일째 (자가격리 5일차)

이 때가 주말이었나 암튼 그랬음.

회사에서 전화 와서는 "쒜끼 목소리 보니까 멀쩡하구만" 시전

뒤질뻔 했던 입장에서 개빡쳤지만

월급 제대로 받을라믄 샤바샤바 죄삼다 굽신굽신

 

 

이 때가 2020년 2월...

그러니까 국내엔 아직 코로나 위기에 대한 걱정만 있고

아이고 어쩌나 중국에 우한폐렴 때문에 난리래~ 하던 시기

나 자취방 대림동...

 

혹시 의사가 코로나가 새로운 병이고 초기때라서

신종플루로 잘못 진단했을수도 있나? 싶은 생각도 있음..

 

암튼 내 인생에서 겪은 가장 아픈 기억이었음...

(고통의 강도로만 따지면 이거보다 더 아픈 일도 있었지만 죽겠구나 한건 이게 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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