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게시판대충 소설(자작)
대충 소설(자작)
1 929 03-13 01:54

일단 전편이 있긴 하지만 당연하게도 기억하는 사람은 없을테니 간단히 줄거리 정리하자면


여학생a, 부모가 반쯤 또라이라 숨쉴 틈도 없이 공부만 주구장창 시킴, 슬슬 뒤지기 직전
남자a, 새벽에 혼자 걷는 여학생a을 약으로 재워서 납치함

전체적인 소설 장르는 납치감금조교

이상

 

 

 

 

 

 

 

“⋯⋯으, 으음⋯⋯.”

손목이 왠지 모르게 무겁다, 라는 생각이 일어난 뒤 가장 먼저 떠올랐다.

눈꺼풀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전등빛 탓에 눈을 감고있는데도 눈이 부셨다. 몸을 받쳐주는 침대의 감촉은 꽤나 부드럽고 좋았지만 자세가 불편했기에 몸을 조금 뒤척였다. 사악 하고 천이 스치는 소리와 함께 얼굴을 찌푸렸다. 입고있는 옷이 불편하다. 까슬까슬한 게 피부에 별로 좋진 않을 것 같은 옷이었다. 적어도 평소 입는 잠옷은 아니다.

어젯밤 기억이 애매하다. 언제 뭐하다 잠이 들었는지도 제대로 기억이 나질 않는다. 지금 입고있는 이 옷은 감촉으로 봤을때 아마 십중팔구 교복일텐데⋯⋯ 학원 끝나고 돌아와서 그대로 쓰러지듯 잠들었나? 가능성 있겠다. 요즘엔 잠도 제대로 못잤고. 라는 생각을 하며 전등빛을 피해 얼굴을 이불에 묻었다. 조금만 더 자자. 어차피 곧있으면 일어나야 되겠지만 그래도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으우?”

그렇게 다시 잠들려고 했는데 손목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방해가 됐다. 팔찌라도 끼고있는 모양인지 차가운 쇠 감촉이 꽤나 불쾌했다. 눈 뜨는 것도 귀찮아서 한쪽 손으로 다른 쪽 손목을 더듬었다.

⋯⋯뭔가 이상하다. 왜 이렇게 두껍지?

별 생각없이 양 손목을 좌우로 벌렸다.

양쪽으로 벌리던 손목은 얼마 가지도 못해 턱 하고 걸리는 느낌과 함께 움직임이 막히고, 그 사이에서 철과 철이 부대끼는 기분나쁜 쇳소리가 내 신경을 긁어내며 사방으로 울려퍼졌다. 졸음이 한번에 달아나고 냉수를 머리부터 뒤집어 쓴것마냥 확 하고 눈이 떠졌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무슨 상황인지 몰라 혼란스러운 상태 그대로 손목을 쳐다봤다.

양 손목에 쇠로 된 고리가 채워져있고, 두 고리는 짧은 쇠사슬로 이어져 있었다.

“⋯⋯어, 어? 에? 이, 이게 무슨.”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이게 대체 뭔가.

혼란스러운 상태 그대로 다시 손목을 양쪽으로 당겼다. 철커덕 짤그락 하는 기분나쁜 쇳소리가 다시 울려퍼지고 단단한 쇠 부분과 부대끼는 손목에서는 묵직한 고통이 조금씩 피어올랐다. 손목은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일 수 없다. 양쪽 손목 사이 불과 몇 센치의 거리만이 벌어졌을 뿐 그 이상은 움직일 수가 없다.

움직일 수가 없어 답답하다. 등골을 타고 올라온 초초함이 서서히 공포심으로 변해가는 게 느껴졌다. 다시 손목을 당겼다. 쇳소리가 울리고 손목의 통증이 약간 강해졌다. 여전히 손목은 움직일 수 없다. 공포와 초조함과 답답함이 섞여 몸이 제멋대로 떨렸다. 다시 힘을 줘서 손목을 당겼다. 짤그락 하는 사슬소리. 초조함에 다시 한 번 당겼다. 묵직한 사슬소리와 점점 강해지는 손목의 통증. 다시 한 번 당겼다. 다시. 다시 한 번. 다⋯⋯

“슬슬 그만하는 게 좋을걸? 예쁜 피부에 상처날라.”

“! 히이⋯⋯!”

비명이 되지도 못한 숨결이 한심한 소리를 내며 흩어졌다. 앞쪽에서 갑자기 들려온 낯선 목소리 때문에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공포에 떠밀려 별로 넓지도 않은 침대 위에서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쿵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머리가 벽에 부딪혔다. 차르륵거리는 사슬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시야에 들어온 목소리의 주인은 흑발의 젊은 남자였다. 본 적 없는 사람이다. 누구지? 긴장감 때문에 손발이 차갑다. 식은땀도 난다. 머리도 약간 아파오는 것 같다. 그제서야 자신의 숨이 가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응. 좋은 아침⋯⋯이라고 말하고 싶긴 한데, 별로 좋아보이지는 않네.”

“누, 누구⋯⋯.”

목이 덜덜 떨리는 탓에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 양손은 수갑으로 구속됐고, 눈 앞에는 낯선 남자. 머리가 상황을 이해하면 이해할수록 등골이 오싹해진다. 눈 앞이 어두워지고 머리가 새하얘진다.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손으로 감싸려는데, 팔의 자유를 빼앗은 수갑 탓에 그마저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제서야 새삼스럽지만 치명적인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남자 뿐만이 아니라 이 장소도 처음보는 장소다. 익숙한 나의 방이 아니라, 난생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낯선 장소다. 몸 아래 침대도 벽도 가구들도 모두 처음 보는 것. 그 사실을 인식한 순간 턱 하고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납치범.”

남자가 슬며시 미소지었다. 그게 참을 수 없을만큼 공포스러웠다.

“여기는 내 아지트고, 너는 나한테 납치당한 몸이지. 이렇게 말하면 좀 상황파악이 되려나?”

남자의 말을 듣자 몸이 움찔 하고 떨렸다. 무슨 말을 했는지 이해하고싶지 않다. 못 들은걸로 하고싶다. 그래, 난 아무것도 못 들었다. 못 들은거다. 남자를 쳐다보면서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고개를 간신히 좌우로 저었다. 무슨 뜻으로 저었는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거부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눈 앞의 남자든, 이 상황이든, 방금 그 말이든. 받아들여서는 안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내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남자가 다시 생긋 하고 웃었다.

“그래, 귀여운 아가씨네. 내 말이 거짓말이었으면 좋겠어?”

허겁지겁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다. 내가 원하는 것이 바로 그거다. 납치니 뭐니 하는 것은 다 거짓말이다. 거짓말인게 틀림없다. 아니, 거짓말이여야만 한다. 그래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꿈 깨, 이 아가씨야.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서 납치 걱정을 한 번도 안 해본 건 아닐텐데?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야 알겠다만, 현실을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지.”

무자비하게 쏟아져내리는 말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 일었다. 현실을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지, 그 한마디가 유난히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눈을 감고 이를 악물었다. 눈물이 흘러나올 것만 같았다. 인정하기 싫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고개를 쳐들었다. 하지만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있다. 비통하고 괴롭다. 그래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나는, 납치당했다.

몸이 다시금 세차게 떨려왔다. 코끝이 찡하게 아려오고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게 느껴졌다. 침착해야한다, 침착해야한다고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되뇌었다. 당황해하는건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다소 억지로라도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고를 반복했다. 폐에 공기를 가득 채우고 다시 내뱉는다. 그것을 몇 번이나 반복하던 중 찔끔 새어나온 눈물을 손으로 닦아냈다. 

“⋯⋯모⋯⋯.”

“응?”

입을 열었지만 목이 너무 매여와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열심히 호흡을 고르고 또 골랐는데도 아직까지도 몸이 계속해서 떨려왔다. 무섭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되는걸까. 사방팔방으로 날뛰는 공포심을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그리고 목을 조금이나마 가다듬은 뒤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목적이, 뭔가요⋯⋯?”

스스로가 듣기에도 너무 떨리는 목소리였다. 한심하게 떨리는 목소리는 그 크기도 너무나 작아서 남자의 귀에 제대로 들어갔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눈을 꽉 감고 양손은 무릎 위에서 꼬옥 주먹을 쥔 채 나는 남자의 반응을 기다렸다. 혹시라도 남자가 폭력적으로 나올까봐 심하게 걱정됐다. 하지만 그래도 알고싶었다. 왜 나를 납치했는가. 그 목적을 알아야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간이 흐른다. 조용하다. 남자는 지금 뭘 하고있지? 모르겠다. 손바닥이 식은땀으로 축축하다.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시끄럽다. 왜 아무 말도 없는걸까. 질문을 잘못한걸까. 질문을 했으면 안됐던 걸까.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분명 아주 잠깐 동안의 침묵일텐데 그게 마치 긴 시간처럼 느껴져서 속이 답답했다.

그때 갑자기 남자가 작게 숨소리를 내며 웃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어딘가 즐거운듯한 눈치였다.

“그렇게까지 겁먹지는 않아도 되는데. 당장 너를 어떻게 하려는 생각은 없으니까.”

그 말에 나는 감고있던 눈을 살짝 떠서 남자의 표정을 살폈다.

남자는 여전히 뭐가 그리 즐거운지 얼굴에 옅은 미소를 머금고있었다. 표정을 살피던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남자는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어께를 가볍게 으쓱여 보였다. 해칠 생각은 없다, 라는 것을 몸으로 표현하려는 것 같았다.

“나는 딱히 식인귀도 살인마도 아냐. 무의미한 폭력은 오히려 싫어하는 편이지. 네가 무리해서 저항하기라도 하지 않는 이상, 웬만해선 상처입힐 일은 없을테니 그부분은 안심해도 돼.”

정말로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남자는 부드러운 말투로 말을 끝맸었다. 듣기에는 참 좋은 말이었다. 아주 약간이지만 어께에서 힘이 빠지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적어도 분위기나 말투 등을 봤을때 본인이 말하는 대로 지금 당장 나를 어떻게 하려는 생각은 없어보였다. 그건 정말로, 정말로 다행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저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도 될까 라는 생각도 스멀스멀 고개를 들이밀었다. 분위기가 어쩌구 말투가 저쩌구 해봤자 결국은 납치범 아닌가. 납치범, 범죄자, 사회의 룰을 어긴자. 언제 마음이 바뀌어서 나를 해치려 들어도 이상할 것은 없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새삼 다시 무서워지기 사작했다.

⋯⋯긴장을 풀지 말자.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것은 그것밖에 없으니까.

“뭐, 지금은 그걸로 됐나.”

남자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그 내용이 내가 속으로 생각하고 있던것과 맞물려서, 마치 마음을 읽힌 것만 같아서 조금 기분이 나빠졌다.

“얘기를 되돌리자.”

짝짝, 하고 손을 부딪히는 소리가 작게 방 안에 울려퍼졌다. 나는 그 소리에 놀라 남자를 쳐다보았다.

“목적이 뭐냐고 물었지? 반대로 물어볼게, 내 목적이 뭐인 것 같아?”

싱글벙글 기분나쁜 표정을 지으며 남자가 내게 물었다. 무슨 이유에서 하는 질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그저 나를 놀리려는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를 납치한 목적을 캐물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달려들지 않을 이유는 없다. 나는 각오를 다지고 질문을 던졌다.

“역시, 돈⋯⋯이라던가?”

우선은 가장 유력한 후보를 물어보았다. 납치의 목적이라고 한다면 일단은 뭐니뭐니해도 돈이니까. 실제로 우리 집은 꽤 부유하기도 하니 가능성은 충분히 있을것 같았다. ⋯⋯라기 보다는 솔직히 말해서 돈 외의 목적이 딱히 떠오르질 않았다. 굳이 떠올려 보자면 인신매매나 장기매매 정, 도⋯⋯. ⋯⋯차라리 돈이 목적이기를. 제발, 돈이 목적이라면 어느정도 까지는 몸의 안전도 보장될 터다. 내 몸값이 얼마일지는 몰라도 우리 부모님이라면 충분히 낼 수 있을거라 생각하니까 제발⋯⋯.

“유감이지만 땡이야. 돈을 별 관심 없어.”

신이시여 제발.

그나마 가장 괜찮지 않을까 싶던 후보가 빗나가버리고 말았다. 그 외의 다른 이유는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아니,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 따위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않단 말이다. 

나는 그저 빌었다. 부디 최악만은 벗어날 수 있게 해달라고. 신인지 부처인지, 누구에게 비는 것인지도 잘 모르는 채 일단 그저 빌었다.

그리고 남자가 입을 열었다.

“내 목적은 네 몸이야. 단적으로 말해서 야한짓이지. 무슨 말인지 알겠어?”

결과적으로 나의 간절한 기도는 이루어지게 되었다.

최악을 대신해서 나를 찾아온 것은, 이 이상 없을 정도로 역겹기 그지없는 차악이었다.

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대충이라도 좋으니 감상을 부탁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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