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의 얇은 옷감이 서로 스치며 사르륵 소리를 내고는 힘없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한 겹 벗을때마다 가벼워지는 몸과는 정 반대로 마음은 무거워져만 갔다.
조끼를 벗고, 넥타이를 풀고⋯⋯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을 때 손이 떨려왔다. 남자의 시선을 느끼며, 나는 떨리는 손으로 몇 번이나 실패해가며 단추를 다 풀었다.
그대로 와이셔츠를 벗었다. 사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와이셔츠가 내 팔을 스치고 바닥에 떨어졌다. 양 팔의 피부가 훤히 드러나자 그것만으로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암담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위에 남은 것은 얇은 면 티셔츠 하나와 속옷 뿐이다.
“치마도 벗어.”
“읏. ⋯⋯네.”
수치심으로 머리가 이상해질 것만 같다. 떨림이 멈추질 않는 손으로 버클을 풀었다. 그대로 치마 양 끝을 잡고, 이제 이걸 내리면, 내리면⋯⋯.
“왜 그래, 못 내리겠어? 내가 대신 내려줄까?”
“으윽⋯⋯!”
비아냥 대는듯 놀리는 듯한 남자의 말투에 나는 이를 악 물었다. 어금니가 저려올 때까지 이를 꽉 깨물고, 한 번 숨을 크게 들이쉰 다음, 확 하고 치마를 내렸다.
허벅다리에 서늘한 공기가 닿았다. 부들부들거리며 손을 놓자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치마가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속옷이 드러나고 다리가 노출됐다. 이제 허리 아래에는 속옷 밖에 없다⋯⋯ 라고 생각하니 참을 수 없을 만큼 등골이 오싹거렸다. 내 인생에 남자 앞에서, 그것도 낯선 남자 앞에서 가림막 하나 없이 팬티를 훤히 보여주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끔찍한 기분이었다.
분위기 괜찮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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