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게시판갑자기 입대 할때 생각나네
갑자기 입대 할때 생각나네
1 942 08-03 17:20

 

입대 하루전

입대전 필요한 물건이 있나 찾아보고

그냥 몸만 가면 된다는 사람부터

시계랑 뭐랑 뭐 챙기란 사람 등 많았지.

뭐 이것저것 챙기긴 했는데

챙겨도 뭔가 참 현실감이 없는 기분이었지

 

그리고 미용실가서

어떻게 잘라드릴까요 라는 말에

내일 입대해요... 라고 말하자

바리깡을 드시던....

 

머리카락이 예전에 반삭한거보다 훨씬 짧아지자

착잡해지고 아 진짜 입대하는구나 하는 마음도 들고

뭔가 거짓말같고 그랬었지. 

나 진짜 입대하나? Vs 하아 내일 입대하는구나

의 심경 반복이 여러번

밤에 집으로 걸어가는데

가로등에 비친 내 그림자가

특히 머리가 대머리 같더라고

문득 그게 웃겨서 실소했던 기억이나

잠이 안올거 같았는데 의외로 잠은 잘 잤어

 

다음날 아침

부모님 차를 타고 논산으로 가는 길.

아마 그때 처음으로 친척들 한분 한분께 전화한거 같아.

직접 모여서 이야기는 했어도

따로 전화 걸일이 없었으니까...

 

그러던 중 들른 휴게소에서

전역마크가 달린 모자를 쓴 군인이 보이더라?

아아.. 내가 저 인간이랑 교대하는거구나 싶더라

 

논산 다와서

부모님께서 뭐 먹고싶은게 있니? 라고 물어보셨지만

딱히 땡기는게 없었지...

그렇게 들어간 갈비탕집.

하 진짜 가나 란 생각이 아직도 머릿속을 멤돌고 있을때

문득 고개를 올려 식당을 보니

여기저기 나와 같은 빡빡이들이 

죽을상을 한체 밥을 먹고있더라고

나 또한 그모습인가 싶어서 웃음이 나오더라 

 

시간이 다 되서 

부대 안으로 들어갔지.


어머니께선 말없이 울음기있는 눈으로 쳐다보셨고

아버지도 물기어린 목소리로 잘 다녀오라고 말씀하시곤

고개를 살짝 돌리시더라고

애써 담담하게 부모님께 잘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운동장(연병장)으로 뛰어갔지.

 

때는 전염병이 창궐하던 시기라서

부모님께 대하여 경례 라던가

그런거 없이

 

사복입은 애들이 한데모여서

조교가 시킨대로

키순서대로 한줄 한줄 모여서 이동하게 됬지.

 

그리고 이때까진 입대하는 기분이 아니었어.

체육관 같은 곳에서 

간호사도 있고 그냥 검사들을 쭉 했어

피검사도 하고 키랑 체중도 재고

약간 신검받는 거 같기도 하고

고딩때 받던 신체검사 기분도 들고해서

막상 입대한 기분이라기엔 좀 묘했어

같이 검사받는 애들도 사복이었고

서로 조교 눈치봐가며 대화하면서 긴장도 풀었고

 

저녁즈음 군복이니 뭐니 장비들을 받는데

아 이게 내 군복이구나 싶더라

내무반 돌아와서 

그 속옷까지 모두 군용으로 갈아입은 후

밖에서

내가 입었던 옷 팬티까지 전부 박스에 집어 넣는데

왠지 모르게 눈물이 핑돌더라

뭔가 돌이킬수없는 일을 저지르는 기분이었어.

 

그날밤은 그냥 그럭 저럭 잠들었어.

다음날 아침 눈을 뜨는데

아 낯선 천장이다.

옆을 보니 빡빡이

반대편을 보니 또 빡빡이

내머릴 긁적이는데 나도 빡빡이

아 나 입대했지...

 

처음 막 입대하면 입소대대에 들어가는데

여기서 3일을 대기해.

그리고 첫날 한 검사에서 결격 사유가 생기면

집으로 가게 되는거지.

그럼 영원히 군대랑 바이 이게 아니고

다시 몇달뒤 재입대 해야대.

그 끔찍한 소릴 들은 우린 

제발 복귀명령이 떨어지질 않길 바랬지.

 

아니 부모님이랑 눈물의 이별을 했는데

몇일뒤 

엄마 나왔어 헤헤

이럴순 없잖아

그러고 또 다시 입대하라고???

 

이때는 반민간인취급이라 조교들도 우릴 그렇게 터치 안했어.

조교 통솔하에 여기저기 지나갈때

이등병이 이벼엉! ㅇㅇㅇ 외치고 얼타며 뛰댕기는 모습은

우리에겐 비웃음거리였는데

그땐 몰랐지.

우리도 결국 저렇게 된다는걸...

 

그렇게 3일뒤 

입소대대를 벗어나 육군훈련소로 가게 되는데

아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대체 그놈의 입대 기분은 몇번을 느끼는지 모르겠다)

 

논산훈련소 연병장에 모여

키순서로 오와 열을 나누고

몇십명씩 어딘가로 팔려가는데

그때 우린 몰랐지.

우리 중대 중대장이 훈련병기분 느끼고 싶다며

우리 사이에 껴있었을 줄은....

 

쓰다보니 길어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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