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게시판심심하니까 첫사랑 이야기
심심하니까 첫사랑 이야기
1 774 07-17 22:28

초5때였나?

있는지도 몰랐던 같은 학년 애를 가을운동회 때 처음 보았지.

 

등 까지 오는 머리카락이 햇빛을 받아서 갈색으로 보였는데

손목에 고무줄을 감은채로 묶으려고 이리저리 모아 쥐고 있는 모습이었어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인싸들만 나간다는 계주 주자였던 것 같아

 

초5 치곤 성숙해보이는, 갸름한 얼굴에

뽀얀 피부는 계속 햇빛을 받아서 조금 붉게 물들어있었지

여름 체육복이 반바지에 하얀 셔츠였는데, 속이 살짝 비춰보였고 그게 또 인상적이었지

그 애가 달리는 모습은 꼭 팔랑팔랑 날아가는 나비같았어. 

 

걔가 몇반이었는지는 기억이 안나

아무튼 ㅈ소심한 나는 그 애가 교실로 갈 때 지나갈만한 길목에 괜히 서서 지나가는걸 보거나...

뭐, 아무튼 그닥 접점은 없었는데

 

그 애가 어느 교회를 다닌다는 얘기를 듣고

그 교회가 어디 있는지 찾으려고 동네를 돌아 다닌 적이 있었어

다른 애들한테 물어도 되지만, 그랬다가 그 애한테 내가 교회 이름 묻고 다닌다더라 하는 이야기라도 들어갔다간

창피할 것 같아서...

어차피 우리 동네고 아는 곳이라 교회가 어디 어디 있는지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교회들을 다 돌아보는데는 하루가 걸리지 않았지만

어디에도 그런 이름의 교회는 없었어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가족끼리 차를 타고 가다가, 옆 동네에서 그 교회 이름을 보았을 때

아 내가 이래서 못찾았구나 하고 깨달았지...

 

그 주 일요일, 자전거를 타고 옆동네까지 가서 그 교회 예배에 참석했어

딱히 뭘 하고싶었던건 아니고

그냥 그 애가 교회 예배 들이는 모습을 보고싶었던 것 뿐인데

내가 교회의 생태를 잘 몰랐던거지...

 

새로 온 사람이라면서 날 앞에 데려가서 인사를 시켜버리는거야 거기 있던 사람이

아무렇지 않은 척 OO초등학교 다니는 브레멘음악대라고 자기 소개 했는데,

권사님? 인가? 하는 분이 우리 OO이(첫사랑 이름)도 그 학교 다니는거 아니냐면서

굳이 그 애 옆에 앉히는거야

 

그 날 걔하고 처음으로 인사했어

걔 옆에 앉아서 성경 얘기 듣는데, 솔직히 하나도 머리에 안들어오고

그 애가 쓰는 비누, 샴푸냄새, 그 애가 쓰는 성경책, 교회 간다고 단정하게 입고 옷 옷차림

지금도 생각나 하얀 단추있는 셔츠에 무릎아래까지 오는 남색 치마, 하얀 양말에 검은 단화...

 

그 애가 6학년 1학기쯤 다른데로 전학을 갔는데,

그 때 까지 난 그 애를 만나려고 매 주말마다 자전거를 타고 옆동네 교회까지 달렸지...

학교에서는... 굳이 날 아는척하지 않아서

괜히 내가 아는척하면 그 애가 난처해질까봐 아는 척을 못했어.

 

교회 끝나고 간식거리를 먹을 때라던가,

잡담을 하는 시간이라던가...

나름 편한 친구사이까진 됐지만

난 그 애가 전학갈 때 까지 내가 그 애를 좋아한다는걸 말하지 못하고 가슴에 묻어뒀었지...

그 이후론 만난 적 없고...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때 우정으로 사탕과 초콜릿을 주고받긴 했는데

난 사탕을 만들수는 없으니 유리병을 깨끗하게 씻어서 시판 사탕을 알록달록하게 채운다음 뚜껑에 리본까지 달아서 줬지.

물론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그 때도 마음을 전하지 못했고...

 

말해놓고 보니 초딩 때 있었던 일이라 별 다른 이벤트가 없긴 했지만...

뭐 첫사랑이란게 그런거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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